[머니투데이 성화용기자]기업인수·합병(M&A)은 '자본주의 최후의 전쟁'이다. 물론 자본만 있으면 기업을 인수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성공한 M&A'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고 해도 투입자본의 기회비용을 넘어서는 이익을 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뜻이다.
요즘 한국의 자본가들이 M&A에 쏟고 있는 눈물겨운 노력을 보면 이 '전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기업인수를 통해 식음료에서 중공업으로 그룹 주력업종을 바꾼 두산, 재벌들 중에서 건수로는 가장 많은 기업을 인수했다는 CJ, 대한생명과 대우건설을 인수해 덩치를 비약적으로 키운 한화와 금호아시아나, 지난해 유통 지각변동을 일으킨 신세계·이랜드그룹에 이르기까지 전략도, 사연도 가지 가지다. 물론 이 가운데는 아직 성공적이라고 예단하기 힘든 사례도 적지 않다.
이렇게 자본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10년 세월을 보내면서 점차 M&A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시도해서는 안될 금기가 있다.
그 핵심 기준이 피인수 기업의 조직 문화다. '단순히 지시받은 일만 해내는 조직(①)'은 인수하기 쉽다. 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는 분명 다른 가치가 있다. 자산(부동산), 영업권, 기술, 특허 등등. 힘의 논리에 순응하는 단순한 조직은 변수가 못된다.
계약형 조직(②)은 이 보다 조금 어렵다. 근로자가 회사와 맺은 계약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다. 이 때는 계약 구조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대기업들이 인수하는 기업은 대부분 ①, ②의 범주에 속해있다.
성과주의 조직(③)으로 가면 복잡해진다. 자주적인 근로자들이 효율적인 방식을 택해 움직이는 조직이다. 이 때는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근로자들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 기업인수 논리와 M&A 이후의 비전에 대해서도 미리 고려해야 한다. 가급적 인수하지 않는 쪽이 좋다. 여기부터는 대기업에 거의 없는 유형이다. 중견·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근로자들이 헌신하는 조직(④), 헌신을 먹고 성장한 기업은 마침내 M&A의 금역이 된다. 헌신형 조직은 근로자들에 대한 물리적 통제력이 매우 약하다. 특히 그 조직의 상당수 직원들은 회사 주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도 실제로는 주주처럼 행동한다.
'정신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완고한 믿음, 헌신과 기여에 대한 당당한 권리주장이다. 이들은 M&A 협상의 실질적인 주체로 나서려 한다. 이들을 소외시킬 경우 M&A 이후의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그렇다고 이들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들어가면 협상은 매우 복잡해 진다. 결국 이렇게 위험도가 높은 조직 유형의 기업은 아예 M&A 리스트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허도 독점 기술도 없는데 기업 내용은 좋은 기업들이 간혹 눈에 들어온다. 대개 헌신형 조직이다. 이런 ④번형 기업, 또는③, ④번이 결합된 유형의 기업은 M&A시장에서 처치 곤란이다.
적대적 M&A라면 더욱 그렇다. 골치아픈 싸움꾼들과 붙게 되는 것이다. M&A는 성사시킬 수 있지만 성공적인 M&A가 되기는 어렵다. 이겨도 효율이 보장되지 않는 게임이다. 역으로 보자면 M&A의 시대, 자본으로부터 기업을 지키는 건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논리도 가능하다.
성화용기자 s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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