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유예치제도 등 불능화 촉진 아이디어 검토
"北 버티기로 사실상 협상 공전"
(베이징=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한국과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disab lement)와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를 포함한 대북 적대시 정책의 개선조치를 `2.13 합의' 초기이행조치 완수 이후 수개월내에 이행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초기이행조치인 핵시설 폐쇄 이후 불능화를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해 '중유예치제도'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6자회담 이틀째인 20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간) 현재까지 6개국 수석대표회담이 진행되지 못하는 등 협상은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이 중국은행의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이체되기 전까지 협상에 나서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6개국은 이날 오전 의장국 중국을 중심으로 한.중, 북.중, 미.중 회담 등 다양한 양자접촉을 갖고 초기이행조치 이행방안 등을 협의했다. 그러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북.미 양자회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6자회담은 BDA가 북한 자금 2천500만달러를 북측 계좌로 이체할 것으로 알려진 21일 오전 이후 협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숙소인 중국대반점을 나서면서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를 수개월 내에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에 대해) 무력화라는 말은 쓰고 있지만 영구적이며 사용불가능하고 비가역적인 상태로 만든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 "불능화 목적에 대해 (관련국 간에)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
현지 소식통은 "불능화 조치를 이행할 경우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테러지원국 해제와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그리고 북.미 관계정상화 조치 등이 에너지 제공과 함께 취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면서 "불능화를 수개월내 또는 연내에 하게 되면 상응조치도 같은 기간에 제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 등은 조기 불능화를 위해 중유예치제도를 북측에 제안할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북측의 중유저장능력을 감안할 때 폐쇄 이상의 조치를 취해 중유를 제공받더라도 자체 사정상 5만t 이상의 중유를 저장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회담 소식통이 전했다.
복수의 현지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등은 가급적 핵폐기 단계를 앞당기기 위해 '60일내 이행조치'인 폐쇄에 이어 불능화 조치를 곧바로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핵시설 신고도 불능화 조치를 시행하는 기간에 병행추진할 방침이다.
한 소식통은 "현재 논의하고 있는 핵폐기 마일스톤(이정표)은 북한이 많은 의무를 이행하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폐쇄는 물론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에 제공할 에너지 지원 규모도 늘어나게 돼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중유저장능력은 폐쇄 조치에 따라 제공되는 중유 5만t은 수용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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