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불능화' 개념에 미묘한 변화...관심 집중

`핵폐기 초기단계'로 정의...북ㆍ미 담판 `기준시점'될 듯
불능화 약속 이행되면 `대격변' 가능



북핵 사태의 실천적 문서로 평가되는 `2.13합의'의 핵심요소인 핵시설 `불능화'(disablement)의 개념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13합의 발표 당시 이른바 `광의의 초기조치' 또는 '(핵폐기를 위한) 초기조치의 다음 단계'라는 뜻으로 다소 추상적으로 사용되던 불능화 개념이 최근에는 '핵폐기의 초기단계'라는 뜻으로 보다 분명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이 주목된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깊숙한 얘기'를 하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진 송 장관은 8일 '2.13 합의'의 초기단계가 이행되는 60일 이후의 불능화 단계를 '핵폐기의 초기단계'로 규정했다.

불능화가 `핵폐기의 초기단계'가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먼저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 단계로 가기 위한 첫 단추로서 `불능화'가 자리 잡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북한과의 협상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를 완료하는 시점이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고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미 관계정상화 과정을 북한의 핵폐기 수준과 연계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핵폐기를 위한 초기조치 단계'가 아니라 `핵폐기 단계'에 속하는 불능화 상황에서 '의미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지난 5-6일(미국 현지시간) 뉴욕에서 진행된 북.미 협상 이후 북한의 김계관 부상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자신감을 보이는 점이나 회동 직후 '북.미 수교로드맵'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정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송 장관의 발언 시점이 라이스 장관과의 회동 이후에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능화를 기점으로 한 과감한 대북 협상론'은 한.미 양국간 의견교환의 결과로 풀이된다. 또 `송민순-라이스 회동' 이후 열린 뉴욕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한.미 양국의 생각이 북한측에 전달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보면 북한이 불능화 조치까지 얼마나 자신들의 약속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지가 향후 북핵 협상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불능화 조치는 `60일 이내에 이행해야 하는' 초기조치가 끝나는 시점(4월14일) 이후부터 대략 6개월에서 최장 1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리적으로 계산해보면 10월 후반부에 불능화 조치가 마무리될 경우 6자회담의 테두리 안이라는 전제를 안고 있지만 북.미간, 또는 남북간 대담하고 내용있는 `거래'가 가능하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대담한 거래에는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뜨거운 카드'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나 적성국 교역법 적용 중단, 그리고 중유 100만t에 달하는 대북 지원, 경수로 제공 논의 시작 등과 함께 한반도 냉전체제를 한꺼번에 뒤흔들 조치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엄청난 파괴력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이나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할 의향을 밝힌 점을 생각하면 어떤 이벤트가 현실화될 지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이 시기는 한국내에서는 대선 정국의 열기가 한참 달아오를 때이고 미국으로서도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른바 '정치의 계절'에 속한다. 한반도 정세를 흔들 큰 이벤트가 현실화되는 경우 미국과 북한은 물론 한국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불능화까지 가는 여정은 물론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북한은 대략 4월 중순까지 영변 핵시설 폐쇄 및 봉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등의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곧바로 IAEA는 물론 한국과 미국 등과 함께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조치 등을 협의해 결정하고 이행해야 한다.

그 사이에 일단 북한에는 5만t, 궁극적으로는 총 100만t의 중유가 북한에 보내져야 하며 핵시설 사찰작업도 원활하게 수행돼야 한다.

미국으로서도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 적성국 교역법 종료까지 미국 의회나 행정부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시 말해 많은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돌발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아직 신뢰의 토대가 굳건하지 않은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이 이번 변수에 걸려 전체 협상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뉴욕 북.미회담에서 보듯 핵심당사국인 북.미 양측이 상당한 믿음을 보이는 상황에서 웬만한 악재가 아니라면 일단 정해진 수순을 밟아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평이다.




(서울=연합뉴스) lwt@yna.co.kr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