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등기부에 잘못 오르는 바람에 수십년간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던 70대 노인이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권리를 되찾았다.
9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북 전주에서 농사를 짓는 최동석(70)씨는 전주 완산구 땅 두 곳 4천700여㎡(약 1천400평)를 1948년부터 소유했다.
최씨는 1948년 농지개혁 때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따라 국가에서 분배받은 이 땅의 대금을 1959년 모두 갚고 마침내 1960년 12월과 이듬해 1월 소유권 이전등기를 했다.
그런데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해 법률 지식을 잘 모르는 최씨가 면사무소를 퇴직한 지인에게 등기를 부탁한 것이 화근이었다.
등기를 도와준 사람이 무슨 꿍꿍이가 있었는지 최씨의 마지막 이름 석(錫)자를 식(植)자로 틀리게 적어 내는 바람에 등기부에 본명인 `최동석'이 아닌 `최동식'으로 오른 것.
최씨는 어엿한 땅 주인인데도 등기부에 다른 이름이 오르는 바람에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없고, 땅을 자녀에게 넘기거나 상속할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에 처했다.
게다가 1960년 소유권 이전 등기 직전에 `최동석'이라는 이름의 등기가 중복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 당시 행정 절차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행정 착오였다.
최씨는 등기부상 이름이 틀려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면서도, 토지대장에는 정확한 주민번호가 나와있어 `최동식' 이름으로 수십년 간 재산세를 꼬박꼬박 내야해 더욱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씨는 이런 사정을 설명하며 재산권을 되찾아달라고 법률구조공단에 부탁했다. 공단은 등기부에 잘못 실린 이름 `최동식'이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인물이어서 소유권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고, 결국 등기명의인 표시 경정등기 신청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정 등기'란 등기 절차가 잘못돼 등기와 실체 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 이를 바로 잡는 절차.
최씨는 법원 등기소에 작년 7월 등기의 이름을 바로잡겠다며 등기명의인 표시 경정등기 신청을 냈으나 각하됐다. 상속인이 아니면 경정등기를 신청하는 사람과 등기부에 올라 있는 사람이 같아야 되는데 이름 한 글자가 틀려 어쩔 수 없었다.
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와 최씨는 최씨의 주민번호가 적힌 1970년대 토지대장과, 상환증서 등 관련 서류를 샅샅이 뒤지고, 문제의 땅이 있는 지역 주변에 `최동식'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결국 전주지법은 올해 1월 등기명의인 표시 경정등기 신청에 따른 등기를 실행하라는 결정을 했고, 최씨는 이름 한 글자 때문에 묶여있던 재산권을 되찾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