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맞아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장기 대기를 해야 하는 등 보육시설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육료 인상, 서비스 질 저하, 보육교사의 잦은 이직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아이를 하루종일 어린이집에 맡겨놓는 부모들은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 월 보육료 65만원, 보육비 부담 가중 - '보육료 27만원(월), 재입학금 5만원, 재료비(분기별) 21만원, 특강비 3만원, 특기교육비(영어.속셈) 9만원'
경기도 의왕시에서 5살 난 딸을 2년째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이모(34.여)씨는 이달초 3월 한달 보육료로 65만원을 냈다. 법정 상한액(보육료 23만원, 입학금 9만5천원)을 2배 이상 초과한 액수였다.
만 4세 이상의 법정 보육료 상한액은 정부지원시설이 16만2천원, 민간시설이 23만원이며 입학금은 가방.명찰.수첩 등 재료 구입비를 포함해 9만5천원을 넘을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대다수 보육시설이 이같은 법정상한액을 초과한 보육료를 받고 있고 상한액 이하의 보육료를 받는 시설들도 각종 특강비, 현장학습비 등을 일괄적으로 받고 있어 실제 보육비는 상한액을 훨씬 넘기 일쑤다.
이씨는 "2년째 다니는 아이까지 입학금을 다시 내고 특강료까지 의무적으로 걷는 것이 이해가 안 돼 억울했지만 아이를 맡기고 있는 입장이라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며 "대부분 지역별로 어린이집이 하나 둘씩밖에 없어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 "맘에 안 들면 다른 시설 가라" - 경기도 안양시에 살고 있는 이모(31.여)씨는 지난달말 4살 난 딸을 어린이집에 입학시켰다가 하루만에 취소했다.
지난해말 등록 당시에는 집앞까지 운행하기로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이 아이들 통학코스가 바뀌었다며 멀리 육교를 건너가서 타야 했고 초기 적응 프로그램이 따로 없어 아이가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울어 헝클어진 모습으로 겉옷까지 잃어버리고 돌아온 아이를 보고 불편한 점을 개선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한 아이를 위해 이미 결정된 사항을 바꿀 수는 없으니 불편하면 지금이라도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라"는 대답만 들었다.
이씨는 "이미 새학기가 시작된 뒤라 다른 어린이집을 찾아 보내기도 힘들었지만 아이를 믿음이 가지 않는 곳에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며 "아무리 아이를 맡긴 부모가 약자라지만 정당하게 학비를 내고 보내는 건데 그만큼의 서비스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 보육교사 잦은 이직, 부모 속만 타 - 경기도 과천의 한 시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있는 학부모들은 지난달 한달 내내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새학기를 맞으며 이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던 9명의 보육교사 중 8명이 사직의사를 밝혔고 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새 보육교사를 채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지난해에도 보육교사 9명중 8명이 그만둬 아이들이 다시 어린이집에 적응하느라 고생했는데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들이 적응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시에 항의하는 한편 원장과 수차례 간담회를 갖고 교사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또 교사들을 개인적으로 설득하는 등 새학기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썼지만 결국 보육교사 8명중 6명은 '개인사정'을 이유로 끝내 어린이집을 떠났다.
정모 보육교사는 "1년간 한 어린이집을 다니며 처우가 더 좋은 곳을 골라 옮기는 것은 보육교사들에겐 흔한 일"이라며 "어린이집 수요가 늘고 있어 보육교사가 부족해졌기 때문에 (교사에 대한)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다"고 이직 이유를 설명했다.
학부모 김모(38.여)씨는 "대다수 교사들이 매년 바뀌면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해 한학기 내내 고생한다"며 "1년 계약제로 운영되는 보육교사 채용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양.의왕.과천=연합뉴스) press1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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