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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본부장과 김계관 부상(자료) |
2.13합의 이행 의지 재확인..韓 `윤활역할'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꽃피는 3월'의 첫주, 미국 뉴욕에서 남북한과 미국이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갔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간 지난 2일 외무장관 회담에 이어 곧바로 북한의 6자회담 대표선수격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측 6자회담 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났다.
김 부상은 또 오는 5-6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만나 역사적인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하게 된다.
특히 한국이 북한과 미국의 중간에서 일종의 '촉매역할'을 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외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3일 천영우-김계관 회동은 북.미 실무그룹회의를 앞둔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이 짙었다.
천 본부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측이 초기단계 조치를 이행할 의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2.13 합의 도출 이후 한반도 정세의 대변화 기류가 순항하기 위해 전제돼야 할 북한의 의지가 여전히 확고함을 재확인한 것이다.
천 본부장은 그러면서 "김 부상에게 지난 며칠간의 방미 결과와 워싱턴의 분위기를 설명했고 앞으로 2.13 합의를 어떻게 신속하고 순탄하게 이행할 것인가 등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남북 뉴욕 회동의 목적을 솔직하게 밝힌 셈이다. 한국측이 미리 미국의 2.13합의 의지를 재확인했음을 전달하고 북한의 협상의욕을 고취시키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나아가 천 본부장은 한국측이 의장을 맡을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개최시에 북측이 무엇을 준비해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 말 속에는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은 물론 이후에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2.13 합의의 후속조치가 순탄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정부 당국자는 4일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담도 2.13 합의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협상 틀이 함께 전진하는 것"이라면서 "그러자면 비핵화와 함께 북한에 제공될 상응 조치의 이행도 순탄하게 전개될 것임을 북측에 설명해주는 작업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주에 집중적으로 열릴 경제.에너지 실무그룹과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 그리고 19일 6자회담 등 향후 잇따른 6자회담 일정과의 연결고리가 관심을 모으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남북 회동에서는 북측이 비핵화를 위한 초기조치로 이행해야 할 내용을 재확인하고 동시에 북측에 제공할 에너지 지원에 대한 구체적 내역에 대한 협의가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른바 '30일 이내 이행조치'에 해당되는 5만t의 중유 제공과 관련된 구체적인 지원일정과 방법, 그리고 향후 제공될 중유 95만t 상당의 에너지 및 인도적 지원의 내용 등이 북한측에 설명됐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간 회동이 한.미 외교사령탑이 '2.13합의 로드맵'을 숙의한 다음에 열렸다는 점에서 곧 이어질 북.미 실무그룹을 넘어 전체 6자회담 이행을 위한 '윤활역할'을 수행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관심은 이제 북한 김계관 부상의 행적과 5일부터 열릴 북.미 실무그룹 회담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 도착 이후 숨가쁜 '안개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 부상은 비공식 강연 외에 특별한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00년 10월 미국을 방문했던 조명록 차수가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김정일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것처럼 김부상이 갑자기 '모자를 바꿔쓰고' 부시 대통령을 만나거나 혹은 힐 차관보를 통해 '김정일 메시지'를 부시 대통령에 전달할 가능성이 외교가에서 나돌고 있다.
또 북.미 실무그룹 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감안할 때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2.13 합의 이행 의지'를 과시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 북한의 변화의지를 천명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할 수 있다.
천 본부장이 북한의 2.13 합의 이행에 의심을 갖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항상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도처에 있다"면서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역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된다.
결국 미국에서 숨가쁘게 전개되는 남북과 미국 고위인사간 연쇄적이고 순차적인 접촉은 북핵 사태의 근본적인 변화의 모티브인 2.13 합의가 구체화되는 과정의 일환이며 연쇄접촉의 의미있는 성과에 따라 2.13합의 이행의 속도와 양상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외교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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