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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이재정 남측수석대표와 권호웅 북측 수석대표 |
(서울=연합뉴스)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 마지막날인 2일 오후 평양 고려호텔 회담장에서 이재정 남측수석대표와 권호웅 북측 수석대표가 공동합의문을 교환한뒤 악수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2007-03-02 16:02:49/ |
제20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통해 남북이 북핵 `2.13 합의' 이행의 의지를 다진 것은 6자회담 프로세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남북은 이번 장관급 회담을 통해 2.13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다짐했다.
남북이 공동보도문에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보장을 위해 제 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에서 이룩된 합의들이 원만히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는 문구를 넣음으로써 양측의 2.13 합의 이행 의지를 확인한 것은 이번 회담의 성과로 평가된다.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등 초기 조치를 이행할 주체인 북한과 `에너지.경제 협력 실무그룹'의 의장국으로서, 초기단계의 상응조치인 `5만t 상당의 대북 지원'을 주도적으로 책임질 남한이 의기투합한 것은 `2.13' 이행에 동력을 제공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분석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1일 이재정 통일장관을 만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수령의 유훈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것은 `익숙한 레퍼토리'를 듣기 좋으라고 반복한 차원은 아니라는게 회담장 주변의 대체적 인식이었다.
특히 대북 쌀.비료 제공 복원 시기를 정하지 않은 채 남북간 후속 회의의 의제로 미뤄두기로 남북이 합의한 점도 이 점에서 눈에 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등 초기조치를 이행하는 것을 확인한 뒤 대북지원을 집행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복안이 엿보이지만 북한이 이 같은 우리측 안에 합의한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북 쌀 지원문제를 이번 회담 합의문에 담지 않은 채 4월18-21일 열리는 경협위에서 논의하기로 한 것이 4월15일까지인 초기조치 이행 시한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북한이 이에 합의함으로써 `2.13합의' 이행 의지를 과시한 것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회담을 통해 지난 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일시 단절된 남북 대화 채널을 복원시킴으로써 북한이 핵폐기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도록 촉구하고 설득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즉 지난 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중단된 대북 쌀차관 제공 문제 등 각종 교류협력 사업을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된 것이다.
아울러 이번 장관급 회담을 통해 남북이 대화채널을 복원한 것은 `2.13 합의' 상의 `초기조치' 이행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협의가 개시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적시에 남북 대화 채널을 복원함으로써 평화체제 논의가 북.미 양자 협의 위주로 진행되는 것을 막고 한반도 문제의 최우선 당사국인 남북이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현재 북.미 관계 정상화 작업은 5-6일 뉴욕에서 열릴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간의 실무그룹 회의 등을 계기로 급격히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거기에 더해 미국이 앞서 6자회담에서 약속한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임과 동시에 당초 한국이 전담하기로 했던 초기 단계 대북 상응조치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보임으로써 북.미 관계는 순풍을 타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 만큼 향후 평화체제 논의를 북.미가 독점하지 않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남북 대화채널 복원은 적시에 이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인식이다.
"남과 북은 남북관계와 관련되는 모든 문제들을 민족공동의 의사와 이익에 맞게 쌍방 당국 사이의 회담을 통하여 협의 해결하기로 하였다"는 이번 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 1항은 이 점에서도 상당히 유용하게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6자회담 진전상황과 긴밀하게 조율하면서 남북대화가 추진되는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남북대화가 핵문제 해결에 유용한 틀임을 확인했다"며 "향후 6자회담과 남북대화를 병행 추진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의 선순환적 진전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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