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준 동의를 위해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된 한.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 자유무역협정(FTA)의 내용과 추진과정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협상기간에는 비준 동의권을 가진 국회에 대한 보고가 아예 없었을 뿐 아니라 FTA의 효과가 연구결과마다 큰 차이가 있고 일부 내용에는 타당성 문제가 제기돼 국회가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내용면에서도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과 분쟁해결 절차 등에서 허점이 드러나 한미 FTA를 비롯해 FTA를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정부의 전략과 수행능력, 추진근거 등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
◇ 15차례 협상 보고없어..'절차위배' 지적
27일 정부 관계부처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는 한.아세안 FTA 동의안 검토보고서에서 정부가 15차례나 협상을 진행하면서 'FTA 절차규정'과 달리 국회에 한 번도 내용을 보고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통외통위는 "정기 국회 폐회일에 임박해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협상결과를 비공식적으로 보고했을 뿐"이라며 "FTA의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협상을 보고받는 것은 국회의 본질적 권능으로 이를 해태한 것은 중대한 절차 문제"라고 규정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지난해 8월 서명된 한.아세안 FTA 상품협정안과 달리, 기본협정안과 분쟁협정안은 이미 2005년말 서명됐음에도 1년이나 늦게 제출돼 국회의 내용파악과 의견제시 기회가 봉쇄된 것도 문제 로 들었다.
◇ FTA 효과 예측에도 일관성 없어
한미 FTA처럼 한.아세안 FTA에서도 FTA효과 분석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04년 7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상품무역만 자유화되는 경우 ▲서비스.투자까지 자유화되는 경우 등 두 가지 케이스에 각각 관세철폐 효과만 고려하는 가정과 자본축적 효과까지 고려하는 가정 등 두 개의 가정을 도입, 모두 4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FTA 효과를 분석했다.
KIEP는 한.아세안 FTA로 인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효과가 1.98%(상품무역만 자유화-관세철폐만 고려)∼3.01%(서비스무역도 자유화-자본축적효과 고려)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 비율이 아세안과 함께 실시한 공동연구에서는 0.05%(관세철폐만 고려한 경우)∼0.6%(자본축적까지 고려한 경우)였고 2006년 11월 국회 제출을 위해 모 대학에 의뢰해 나온 수치도 0.63%였다. 법률 영향분석이나 국내 피해분석은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국회는 보고서의 개별 내용상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일례로 정부가 모 대학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쌀이 양허안에서 빠져 FTA 체결로 국민소득이 늘면 쌀 소비가 늘어 쌀 생산도 늘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은 데 대해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감소추세라 소득이 일부 늘어난다고 쌀 소비와 생산이 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한.싱가포르 FTA와 관세율 혼란
한.아세안 FTA 내용상 문제의 하나로 한-아세안 FTA와 이미 타결된 한.싱가포르 FTA가 중복되고 있는데도 어떤 협정을 우선 적용할 지 규정되지 않은 점이 거론됐다.
개성공단도 '한국산 인정'이라는 명분과 달리, 불안한 위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산지 인정 대상품목이 100개로, 한.싱가포르 FTA(4천625개), 한.유럽자유무역연합 FTA(267개)에 비해 적은데도 이들 FTA와 달리 아세안 회원국이 아무런 증명없이 자국산업에 피해우려가 있다고 결정하면 역외가공 특례를 중지시킬 수 있다.
분쟁해결절차도 중재패널 구성상 문제점이 지적됐다.
국회 보고서는 "일방이 패널 설치요청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 중재패널을 임명하지 않으면 타방이 임명한 1명만으로 중재패널을 구성토록 하고 있다"며 "판정의 공정성,신뢰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규정"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 동의안 제출 성의없다
한.아세안 FTA 협정은 영문본이 정본이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도 국회에 제출된 동의안 여러 곳에 오타와 부적절한 번역 등이 산재해 국회로부터 "성실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보고서는 영문본과 대조한 여러 곳의 번역 문제를 거론하며 "영문본을 보지 않고는 내용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문구가 적지 않다"며 "번역이 쉽지 않은 점은 이해되나 성실히 문안을 교정하고 다듬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jsk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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