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30일 남았다. 운명은 다음 달 27일 케냐 몸바사에서 결정된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이하 세계육상) 유치를 선언한 대구는 23∼24일 진행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실사단의 '수능시험'을 비교적 무난히 통과했다는 평가다.
실사단장인 헬무트 디겔 IAAF 부회장은 24일 실사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시설 면에서 대구에 지적할 사항은 전혀 없었다. 실사단원들이 만장일치로 대구 시민들의 유치 열기를 확인했다. 다만 한국이 국제적인 육상스타를 배출하려면 육상 중흥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승부는 지금부터다.
IAAF 실사단은 브리즈번(호주), 모스크바(러시아) 등 다른 후보 도시의 실사 결과도 모나코에 있는 IAAF 본부에 보고한다. 대구의 실질적인 경쟁도시 브리즈번은 환경 친화적인 선수촌을 조성해 약간 점수를 땄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제 대구는 개최지 결정 투표권을 가진 IAAF 집행이사 28명(라민 디악 회장 포함)의 '막바지 표심'을 잡아야 한다.
유종하 대구 세계육상 유치위원장은 지구를 세 바퀴나 돌며 발품을 팔아 스무 명이 넘는 집행이사들을 대면 접촉했다. 이번 실사단을 포함해 대구의 경쟁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집행이사도 전체 3분의 1이 넘는 10명이 됐다.
대구는 지난 해 12월1일 유치신청서(비드 파일)을 제출해 공식 후보도시가 됨으로써 유치위 관계자들이 집행이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날 순 없다.
보고서와 언론 보도, 국제육상계에 전달되는 소식을 통해 간접 홍보를 하는 방법 뿐이다.
유종하 위원장은 "방한한 실사단에 대구가 완벽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자부한다. 또 하나 대구 시민들이 전체 국민에게 뜨거운 유치 의지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유치위는 몸바사에서 진행할 최종 프리젠테이션에서 '히든 카드'를 꺼내든다는 전략이다.
유 위원장은 "뾰족한 비책이 없다"고 하면서도 "실사가 대회 개최의 최소 기준을 평가해 '과락'을 결정하는 교양시험이라면 최종 프리젠테이션은 진짜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전공시험"이라고 말했다.
대구는 실사에서 인프라 부문에 합격점을 받아낸 만큼 최종 발표 때는 큰 틀에서 아시아의 육상 전략을 담아내며 마케팅 잠재력을 부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들의 유치 지원이 이뤄진다면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IAAF는 유럽 무대를 중심으로 했던 세계육상 마케팅이 일종의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아시아 등 새 시장을 개척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대회 스폰서십 등에 관심을 보인다면 IAAF의 시장 전략과 맥을 함께 하면서 대구에 상당한 플러스 점수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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