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성호 전 의원에 이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열린우리당은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이는 13일 언론사로서는 정 전 의장이 독일에서 귀국한 후 최초로 인터뷰한 <연합뉴스>의 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정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 창당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으며 돈, 지역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와 정당, 그건 여전히 유효한 가치이고 상당히 전진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자인했다.
정 전 의장은 또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민주세력의 분열이 초래된 데 대해 깊은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그게 오늘 정부의 어려움으로 당의 어려움으로 됐다. 그걸 인정한다"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현재 고조되고 있는 북핵 위기 상황의 해법으로 "북한과 미국이 마주 앉아야 한다"며 북미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또 당 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동영 대북특사론'에 대해서도 "피할 생각이 없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정 전 의장은 "북핵실험이 포용정책의 실패 때문이라는 주장은 너무도 비논리적"이라며 "포용정책의 근간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근 전남대 강연에서 밝힌 내용과 흡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대변인을 했고, 국민의 정부 대북정책을 계승한 참여정부의 통일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향후 정계개편과 관련한 정 전 의장의 생각이다. 정 전 의장은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의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 살 것이고 국민이 이건 이합집산이다, 정략이다라고 보면 헤어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또 "국민이 어떻게 무엇을 원하는가, 그것을 본격적으로 듣고 살피고 그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올 연말쯤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정계개편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이자 두 차례에 걸쳐 당의장을 역임한 그의 이런 발언은 열린우리당 내부의 정계개편 논의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김근태 의장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선후보 선출 방식 등 당 내 현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첨가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정 전 의장의 발언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발언 이상의 의미를 보고 있지는 않는다"며 의미 확대를 경계했다. 그는 또 "다만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국민이 정략으로 보면 헤어날 길이 없다는 부분은 현재 우리당이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대중 "민주당 분당에 여당의 비극이 있다"
정 전 의장의 발언은 최근 잇따라 나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창당 비판'과 김성호 전 의원의 탈당의 변인 '열린우리당 창당 정신의 실종' 등에 이은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경향신문>과 가진 창간기념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분당과 관련해, "(대선 때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찍어준 사람들한테 승인받은 적이 없다"며 "표를 찍어준 사람들은 그렇게 (분당하길) 바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첫 언급이어서 더욱 그 발언의 배경에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그것(분당)에 여당의 비극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산토끼를 잡으려다가 집안토끼를 놓친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은 "자유당 이래 쭉 양당정치가 제대로 돼 왔는데 선거 때 표를 얻었던 약속을 다 뒤집고,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데도 갈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정당사에선 대단히 불행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성호 "오픈프라이머리는 술책이자 꼼수일 뿐"
김성호 전 의원 역시, 탈당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때 공약했던 내용 중에서 지킨 게 하나도 없으며, 철저하게 지지자와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것들을 배신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지지의 대상도 민주개혁세력도 아니다"며 "이는 우상의 정치"라고 맹비난했다.
김 전 의원은 또 내년 대선후보 선출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해 "이는 나라를 망치고 권력을 잃게 되었기 때문에 권력을 연장하기 위한 정치적인 술책이나 정치적인 꼼수일 뿐이지 민주주의나 정당민주주의의 발전과 아무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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