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4일로 잡혀 있던 축구 국가대표팀 한.일전이 서로 홈 개최를 요구한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축구협회의 첨예한 대립 끝에 무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축구협회는 11일 '연초 한.일전이 한국 측의 일방적인 파기로 무산됐다'는 다지마 고조 일본축구협회(JFA) 전무의 발언에 대해 "주요 쟁점은 경기 장소였다. 일본은 요코하마 경기장까지 잡아놓고 무조건 홈 개최를 요구했고 우리 입장에서는 국내 개최를 먼저 고집하다 결국 계약 체결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팀 한.일전은 월드컵축구를 제외하면 가장 좋은 흥행카드다.
일본은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 결승전을 치른 7만2천명 수용 규모의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닛산스타디움)을 경기 장소로 잡아놓고 마케팅 작업까지 일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비차 오심 일본대표팀 감독은 이 경기에 나카무라 순스케(셀틱), 다카하라 나오히로(프랑크푸르트) 등 해외파를 처음 소집해 한국과 맞서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대한축구협회는 그러나 일본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빅 카드를 국내에 먼저 유치하겠다는 마케팅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는 "협의 과정에서 봄, 가을에 한 번씩 하자는 얘기와 올해 한 번, 내년에 한 번 더 하자는 등의 말이 오갔다. 하지만 여기서도 어느 쪽에서 먼저 홈 경기를 하느냐를 놓고 이견이 맞섰다"고 설명했다.
앞서 축구협회는 올해 7월 아시안컵 본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아시아권의 일본과 경기하는 것보다는 유럽, 남미, 북중미의 강호와 대결하는 게 전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한.일전 무산의 배경을 밝혔었다.
그러나 결국 경기력을 내다보는 혜안보다는 양국의 '금전 주도권 싸움'이 먼저였던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축구협회는 "한.일전보다 더 좋은 카드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스포츠 신문 '산케이스포츠' 인터넷판은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핌 베어벡 감독에 대한 경질론이 부상하고 있다면서 베어벡이 최대 라이벌 일본에 패할 경우 해임을 면하기 힘든 상황이 되기 때문에 한.일전을 기피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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