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노대통령 도발, 계산인가 충동인가

노대통령은 탄핵을 두려워했다

  • 등록 2006.12.27 18:26:51

 

 고건 전 총리와의 대결, 대통령의 계산된 승리인가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전 총리의 대결이 싱겁게 끝났다.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이 한자리수 대로 추락한 것이다. 비단 고건 전 총리 문제 뿐 아니라 노대통령의 민주평통 발언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말들이 많았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평가와,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정서의 직접적 반영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대통령의 이러한 도발은 임기가 끝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노대통령의 도발이 정치적 계산이냐, 충동이냐는 논란은 후보시절부터 지속되어왔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자신이 대선후보가 된 후 지자체 선거에서 노대통령은 경남지사, 부산시장, 울산시장 등 영남 3권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하면 후보를 사퇴하겠다는 공언을 했다. 이는 훗날 후보사퇴의 위기로 모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당시 노대통령 지지자들은 그가 영남 3권을 석권할 수 있는 필승의 전략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3권 모두에서 참패를 한 것이다. 그럼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를 공언했냐는 말이다.  

 

 노대통령은 자신의 공언대로 후보사퇴하지 않았다


 지금와서 보면 더 놀라운 것은 그가 그의 공언대로 후보사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취임 이후 재신임 발언으로 이어진다. 노대통령의 자신의 측근들의 비리가 드러나자, 국민들로부터 재신임을 받겠다는 또 다른 공언을 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의 재신임을 국민투표로 붙이는 것은 위헌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번에는 총선의 결과를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시키겠다는 발언을 했다. 천인공노할 반민주 폭거라 비판받은 대통령 탄핵은 사실 입법부의 구성을 행정부 수장의 지위와 연계시킨 3권분립 위반 때문이다. 법적으로만 보자면 대통령 탄핵은 민주적 절차로 정당했었다.

 만약 탄핵이 없이, 노대통령이 총선에서 패했을 경우, 그는 사퇴했을까? 지자체 선거와 후보의 지위를 연계시킨 뒤, 사퇴하지 않은 노대통령의 전력으로 볼 때, 아마도 사퇴하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그보다는 또 다른 승부수와 카드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달에는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까 우려스럽다”는 발언으로 정가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뒤 노대통령은 측근들을 동원하여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도 개정을 임기와 연계시킬 것을 암시했다. 즉 중대선거구제를 정치권이 받아들이면 조기 사임도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정치권 상황 상 중대선거구제를 대선을 앞두고 논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불가능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임기를 무기로 승부수를 던진다는 건, 사실 상 이번에도 사임할 뜻이 없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중대선거구제를 던져놓으면 정치권이 우왕좌왕하며 노대통령이 정국을 주도할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시작전권 문제도 노대통령이 심심하면 꺼내드는 카드이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때문이라도 어차피 한미 간에는 전작권 이양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럼 조용히 이양받으면 될 것을 “미국의 바짓가랑이 뒤에 숨어 형님, 형님 빽만 믿습니다”라는 발언으로 군장성 및 보수세력을 의도적으로 자극했다. 그 효과는 충분히 얻었다. 평소 진보의 논리로 노대통령을 비판해온 임종인 의원 등이 노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나왔다. 정계개편과 대선정국을 앞두고 아군의 지지층을 확고히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또한 앞서 말한 고건 전 총리의 힘빼기에도 성과를 거두었다. 

 노대통령은 탄핵을 두려워했다

 

 노대통령의 도발은 계산된 전략으로만 보기에는 너무 엉성하다. 치밀하지도 못하고, 측근들과 팀플레이를 하며 작전을 짜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충동으로만 보기에는 진정성이 너무나 떨어진다. 노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공언을 단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대통령 후보 자리부터 사임했어야 했다.

 탄핵 이후, 탄핵 주도세력들은 노대통령이 만든 탄핵의 함정에 빠졌다는 말들을 많이 했다. 이런 말을 하니 손석희 같은 언론인으로부터 “함정인 줄 알면서 왜 빠졌습니까”라는 조롱까지 들었다. 냉정하게 탄핵의 과정을 다시 검토해보면, 노대통령 측은 “할 테면 해봐라”고 자신하면서도, 막판에 가서는 정작 탄핵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당시 김근태 원내대표의 중재로 탄핵을 모면하기 위해 대국민 사과문을 부랴부랴 발표했던 것이다. 바로 전날 청와대 기자회견을 통해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과는 180도 달라졌다.

 앞으로도 노대통령이 도발할 때, 이는 좋은 참고기록이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것처럼 발언하지만, 실제로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정작 자신의 지위가 크게 흔들릴 것 같으면 고개를 숙인다. 그렇다고 노회한 전략과 계산을 하는 것도 아니다. 노대통령의 도발은 원칙과 정도로 맞대응을 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란 말이다.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