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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미스터자이언츠냐 메이저냐

100득점, 40홈런, 100타점, 3할이라는 대기록

 이승엽(30, 요미우리 자이언츠)이 9경기만에 홈런포를 추가하며 선두를 달리고있는 타이론 우즈(주니치 드래곤즈)에 1개 차이로 다가섰다. 특히, 2득점을 올려 99득점으로 외국인으로서의 사상 4번째‘100-100클럽’달성 초읽기에 들어갔다. 비록 홈런 수에 있어 1개 차이에 불과하지만 이승엽은 잔여경기가 5경기 밖에 되지 않으며, 우즈는 아직도 10경기나 남아있어 홈런왕 타이틀 획득에 있어서는 여전히 이승엽이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승엽이 비록 홈런왕 타이틀을 따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남은 5경기에서 1득점만 추가하면 ‘100-40-100-3할’이라는 꿈의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즉, 100득점, 40홈런, 100타점, 3할이라는 경이적인 스코어를 달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이러한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일본 프로야구 70년 사상 마쯔이를 비롯 15명에 불과하며, 이 중 일본인이 10명, 외국인이 5명이다. 일본 야구 불후의 스타로 기록되는 ‘미스터 자이언츠’나가시마 시게오, ‘안타 제조기’장훈, 노무라 가쯔야, 현 요미우리 감독인 하라 다쯔노리, 아키야마 고오지, 기요하라 마사히로 등도 한번도 밟아보지 못했다. 타격 3관왕을 세번이나 달성한 오찌아이 히로미쯔도 이 기록은 1985년 단 한번 밖에 도달하지 못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프로야구 70년 중 무려 39회 우승한 최고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 중 이 기록을 달성한 자가 오오 사다하루(왕정치)와 마쯔이 히데끼 단 2명 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이승엽이 1득점만 추가하면 요미우리 자이언츠 사상 역대 3번째 인물로 기록되게 된다. 적어도 기록만으로 놓고보면 이승엽은 장훈은 물론, 나가시마와 하라를 넘어서게 된다. 그야말로‘미스터 자이언츠’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 수밖에 없는 대기록임을 알 수 있다.

 이 기록이 달성되기 어려운 이유는 정교한 타격(3할 이상), 강한 펀치력(40홈런 이상), 높은 출루율과 센스있는 주루플레이(100득점 이상), 찬스에 강한 집중력(100타점 이상) 등을 두루 갖춰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를 합쳐 이 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이승엽이 유일하다. 가령 우즈가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이승엽의 기록과는 비교가 안된다. 특히, 일본 프로야구 70년 사상 이와같은 기록이 25회에 불과한 상황에서 그 기록을 달성한 선수 중 절반이 넘는 무려 16명이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위대한 기록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이승엽은 요미우리 자이언츠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외국인 선수’라는 테두리를 넘어 왕정치 및 마쯔이 히데끼에 버금가는 대스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주는 물론, 하라 다쯔노리 감독이 이승엽 잔류를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이승엽이 단지 ‘쓸만한 선수’가 아닌 이미 자이언츠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그가 떠나간 자리를 메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승엽이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그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보여준 활약만으로도 충분히 메이저리그(MLB) 구단으로부터 스카우트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지금 시점에 메이저리그의 그저 ‘쓸만한 선수’정도로 자리매김하며 돈을 조금 더 받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비록 미국과 일본이라는 무대의 ‘수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상징적 선수’로 남는 것과 ‘쓸만한 선수’로 평가되는 것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승엽도 이와같은 현실적인 계산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기록한 성적은 63승 76패(승률 .453)로 4위가 확정적이다. 4년간 우승을 한번도 못한 것은 구단 창단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2년 연속 승률이 5할에 미치지 못한 것도 창단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그만큼 지금 요미우리 구단이 겪고 있는 위기는 ‘사상초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와같은 상황 속에서 이승엽의 활약은 자이언츠 팬들에게 ‘청량음료’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이승엽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쳐 다시한번 ‘명가재건’의 꿈을 달성하는 모습을 일본 야구팬들에게 보여줄 수만 있다면 이승엽은 충분히 일본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선동렬도, 이종범도, 정민태도, 구대성도 결코 해내지 못한 위업이 될 것이다.

 비록 요미우리가 5할 승률에도 못 미치는 4위에 그쳤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은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승률이 4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꼴찌였던 상황에서 막판에 뒷심을 발휘하여 승률을 4할5푼대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순위도 6위에서 4위롤 수직 상승하였다. 특히, 우쯔미-파웰-우에하라 등 선발투수진이 막판으로 갈수록 컨디션 상승곡선을 그린 것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구단이 하라 다쯔노리 감독에 대한 전폭적인 신임을 보내고 있는 것도 ‘명가 부활’의 청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승엽과 고쿠보를 잡기 위해 사실상의‘풀베팅’권한을 하라 감독에게 부여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요미우리가 주니찌戰(6승 15패)과 리그간 교류전(13승 23패)을 제외하고는 모든 팀들과 대등한 상대전적을 보여줬다는 것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주니찌와 막판까지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신 타이거즈와는 10승 10패, 그리고 리그 3위인 야쿠루트 스월로즈에게 14승 7패로 앞서있다. 그래서 하위팀인 히로시아 카프스(10승 11패)와 요코하마 베이스타즈(10승 10패)에게 상대전적 우위를 점하지 못한 것이 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선택은 이승엽에게 남겨져있다. 또 한명의 ‘미스터 자이언츠’로 일본 프로야구 역사에 남는 불후의 대스타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이찌로와 마쯔이를 능가할 것인가의 기로에 그는 놓여있다. 이승엽의 잠재력을 누구보다도 믿는 만큼 그가 충분히 이찌로와 마쯔이를 능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왕이면 일본에서 1년만 더 뛰면서 일본야구의 ‘신화’로 기록되기를 바라는 것이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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