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예산국회 종료를 앞두고 여권이 정계개편의 격랑 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격렬한 충돌음을 예고하고 있다.
회기 중 확전을 자제해온 열린우리당내 통합신당파와 친노진영으로 상징되는 당
사수파가 27일 의원 워크숍을 무대로 `진검승부'를 펼 태세이기 때문이다. 양쪽 모
두 "한치도 밀릴 수 없다"는 배수진의 각오가 느껴진다.
양측의 대립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민주평통 발언' 이후 한층 날카로워지
고 있다. 노 대통령의 고건(高建) 전총리에 대한 `실패한 인사' 발언, 이에 따른 고
전총리의 반박, 노 대통령의 유감표명, 고 전 총리의 재반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양측의 신경을 극도로 자극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민주당의 진로가 불투명해진 것도 정
계개편을 둘러싼 여권의 불안정성을 고조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당파 강경 선회..탈당론도 고개 = 최근 한동안 관망자세를 보이던 통합신당
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당 지도부의 `대통합' 선언 이후 대세를 장악한 듯했던 신당파는 친노진영의 조
직적 반발이 가속화되자 `동력 약화'를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도파가 사수파
쪽으로 기울고 노 대통령의 `신당 비토' 의중이 명료하게 드러나면서 국면이 어려워
진 탓이다.
신당파는 일단 27일 의원 워크숍에서 신당 대세론을 굳히는데 총력전을 편다는
게 목표이다. 특히 원로.중진 중심의 중도파를 우군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신
당파의 한 의원은 "정계개편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파 모임인 `국민의 길' `안개모' `희망 21' `실사구시' 모임은 재야파의 민
주평화연대(민평연)와 손잡고 `광장'과 `처음처럼' 등 중도파를 상대로 적극적인 설
득에 나서고 있다.
한동안 가라앉아 있던 선도 탈당론이 다시 부상하는 등 신당파 일각의 강경기조
도 감지되고 있다. 신당논의를 살려나가려면 20∼30명이 먼저 치고 나가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당파의 한 의원은 "더 이상 노대통령 세력과 같이 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분위
기가 흐르고 있다"며 "탈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당 가능
성이 유력시돼온 호남의원들은 "지금은 아니다"(유선호), "일부가 탈당하는 건 바람
직하지 않다"(김성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통합을 겨냥한 외부와의 연대에도 시동이 걸렸다. 특히 한
대표 사퇴로 구심력을 잃은 민주당과 고 전총리 진영을 상대로 접촉을 강화하며 정
계개편의 흐름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성곤(金星坤) 의원은 "일단 외
부의 중도세력과 공개적인 연대를 하고 통합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친노진영 `일전불사' 태세 = 친노진영은 이번 워크숍에서 신당논의 쪽으로
흐르던 당내 논의의 물줄기를 확실히 되돌리겠다며 '일전불사'의 각오를 다지고 있
다.
물론 통합신당파와 지도부가 여론몰이를 시도하겠지만 중도파가 당 사수파와 `
주파수'를 맞추면서 이미 세는 기울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의정연구센터 소속
의 한 의원은 "당내 여론은 이미 신당파에 등을 돌렸다"며 "그럼에도 의총을 통해
당의 진로를 확정지으려는 것은 민주적 절차와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당 사수파 모임인 `혁신모임'과 참여정치실천연대, 의정연구센터, 신진보연대
소속 의원들은 의총에 앞서 모임을 갖고 공동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은 비상대
책위를 조기해체하고 전당대회 준비위를 구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장'과 `처음처럼' 등 중도파 모임은 중립지대에서 중재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스탠스는 당 사수파와 가까운 편이다. 새 지도부에
당 진로에 관한 전권을 맡겨 당을 추슬러 가자는 것이다. 한 중진의원은 "지금 상태
에서 당을 해체하고 통합신당을 만들자는 건 분열적 사고다. 나갈 사람들은 당을
놔두고 나가면 된다"며 신당파를 겨냥했다.
◇ 강경대치 속 `미봉' 가능성 = 이런 분위기로 볼 때 27일 워크숍은 딱 부러진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갈등을 `봉합'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건설적인 결론을 내릴 것"(김근태 의장)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양
대 진영의 세대결 속에서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아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에 따라 이번 워크숍에서는 `정무형' 전대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전대의 성격
과 의제를 정하고 이를 비대위로부터 추인 받도록 하는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
은 것으로 보인다. 당내 계파간의 `정치적 합의'를 유도해내는 틀을 만들자는 것.
그러나 전대 준비위는 그 구성과 권한을 놓고 양대 진영간의 또 다른 격돌을 불
러일으키는 장으로 변질되면서 여당내 `핵분열'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