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된 대학가 카카오톡 단체방(단톡방) 성희롱 사건 등과 관련해, 법원이 잇단 판결에서 SNS 대화방에서 나눈 사적 대화 내용이라도 공연성(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 인정되기 때문에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혀 주목된다.
지난해 1월 국민대 일부 학생들은 단톡방에서 “얼굴은 별로니 봉지 씌워서 하자”, “여자 낚아서 회 치자” 등의 대화를 나눴다가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학교는 학생 2명에게 무기정학, 4명에게 근신 처분을 내렸다.
이에 학생들은 처벌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무기정학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김용철 부장판사)는 “단톡방에 학과 남학생 전부가 참여하고 있었으며, 이들 모두 ㅇ씨의 대화에 동조한 것은 아니었기에 발언 내용은 언제든지 외부로 알려질 수 있었다”라며 “전파 가능성을 고려하면 문제의 발언들은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단톡방을 열린 공간으로 보고, 공개적으로 비방을 한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단톡방 뿐 아니라 일대일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도 모욕 및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판결도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항소7부(부장 이상무)는 지난 7일 치어리더 박기량씨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린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야구선수 장성우(26)씨에게 1심과 같은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장씨는 지난해 4월, 전 여자친구인 박모(26)씨와 카카오톡 대화 중 “박기량 사생활이 좋지 않다”고 했고, 박씨는 이 화면을 캡처해 SNS에 게재했다.
재판부는 “일대일로 주고받은 대화라도 허위 사실이 급격하게 확산되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판시했다. ‘전파 가능성이 없고, 비방 목적이 아니었다’는 장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MBC 신지영 기자, ‘박상후 비방 단톡방 사건’…징계무효소송 항소심 결과에도 관심
언론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전례가 있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MBC 신지영 기자가 박상후 전국부장(현 문화레저부장)의 리포트를 동기 42명이 참여한 단체 카톡방에 올리고 비방했다가 논란이 됐던 것.
신 기자는 2014년 5월 7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될 예정이었던 박상후 당시 MBC 전국부장의 세월호 관련 리포트 초고를 보도국 내부 전산망에서 복사해 회사 내 국·실에서 일하는 입사 동기들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 게시했다.
MBC 사측은 신 기자가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업규칙 5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1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고, 신 기자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은 올해 1월 1심에서 징계무효 판결이 나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보도된 기사는 원고(신지영 기자)가 초고를 공개한 때로부터 불과 수 시간 만에 전국에 방송됐고 그 내용이 초고와 동일하다”며 “기사 초고를 공개한 상대방은 모두 회사 직원인 입사동기 42명에 한정된다. 이 초고가 42명 외의 사람들에게도 공개될 위험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기사가 나간 후 보도 내용에 대해 회사 안팎으로 논란이 있었고, 신 기자 역시 비판적 시각에서 초고를 공개했다”며 “공개 시점을 제외하면 이에 대한 비판 자체는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1심 판결과 달리, 최근 법원은 단톡방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고 있어, 이 같은 법원 분위기가 항소심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단톡방에서 박 부장에 대해 ‘일베부장이다’ ‘언어특기로 입사했다’등 허위사실에 입각한 명예훼손성 발언을 했던 신 기자 등은 박 부장으로부터 모욕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신 기자 등의 죄는 인정하면서도 여러 사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에 따르면, 박상후 부장은 신 기자 등을 상대로 현재 민사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단톡방 사건으로 사측과 징계무효 소송을 벌이고 있는 신 기자는 최근 차장대우로 승진인사 발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MBC 안팎에서는 여소야대로 정국이 바뀌자, 달라진 MBC 분위기를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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