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는 이승만 정부가 6·25발발 직후 일본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KBS ‘뉴스9’ 보도에 대해 예상대로 중징계를 내렸다.

방심위는 2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KBS ‘뉴스9’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결과 해당 방송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2항 및 제14조(객관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방심위원 9인 만장일치로 중징계인 ‘주의’를 결정했다. 주의는 법정제재(벌점 1점)로 방송사 재허가시 감점이 된다.

KBS는 지난 6월 24일 ‘뉴스9’에서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리포트를 통해 ‘이승만 정부가 6･25 전쟁 발발 직후 일본망명을 추진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그러나 보도 후 일본 지방정부의 검증되지 않은 문서를 근거로 이승만 대통령을 매도했다는 반발 여론에 부딪혔다. 특히 KBS는 문서에도 나와 있지 않은 날짜까지 넣어 이승만을 비겁자로 만든 의도적 조작보도라는 비난을 샀다.

이후 언론과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와 비판여론에 시달리던 KBS는 지난 7월 3일 정정보도 성격의 반론보도를 냈고 해당 리포트는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또한 KBS는 해당 보도 논란 이후 관련 국･부장 등 보도 책임자들을 교체했다.

아울러 KBS 이사회는 공영방송의 왜곡보도가 미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보도의 정확성 제고 방안에 관한 보고’를 안건으로 임시 이사회를 열었지만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앞서 지난 12일 방송심의소위에서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KBS가 역사적 자료마저 왜곡해서 이승만 정부를 폄하했다”며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 측은 “기자가 보도 당시 믿을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고 옹호했다. 여야 의견이 이렇게 엇갈리던 방송심의소위원들은 법정제재 중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의 ‘제재’에 합의해 전체회의에 회부했다.

이날 방심위 전체회의에서도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과 야당추천 심의위원들의 입장은 크게 갈렸다.

관련 기사를 낸 PD저널 등에 따르면, 여당 추천 조영기 위원은 “방송이 가지고 있는 구조와 방송의 대상이 되는 사람과의 관계를 보면, 방송의 생산자는 매우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강자에 위치에 있는 것”이라며 “대상이 됐던 사람은 이승만 대통령이든 아니면 일개의 소수 국민이든 간에 매우 약자의 위치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 방송의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두 사람이 동등한 상태에 있을 때 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다.”며 “이승만 대통령이기 때문에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배치되는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은 또한 “방송이라는, 강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약자에게 심각한 위압을 가할 수 있는 상태일 수도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야당 추천 윤훈열 위원은 “뉴스보도 자체가 진실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다루는 것이기에, 객관적 사실을 진실이 어떠냐의 부분은 여러 이해관계와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KBS의) 보도 내용이 보도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며 “제재하는 것이 마땅한 것인가 하는 의견을 갖고 있지만, 방송소위에서 합의돼 올라왔기 때문에 나 또한 존중하기로 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종 위원장은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다뤘다”며 “시각이 다를 수 있으나, 합의정신으로 결과를 내주셨다. 만장일치로 ‘주의’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방심위의 이 같은 심의 결과에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 겸 시사미디어비평가는 “방심위의 심의 결과는 형식상 오류를 지적한 결과 일뿐, 그러한 보도 자체가 시청자 국민에게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킨 효과는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안 그래도 이승만을 모르거나 이승만을 악당으로 알고 있는 젊은 세대가 많은데, 공영방송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보도가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듯,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보도는 나갔고, 이것은 반론보도로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표현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반이승만 세력에겐 남는 장사였다”며 “KBS 차기 이사회가 다음 주 출범하는데, 사고가 터진 후 이 난리를 칠 게 아니라 보도시사프로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이뤄지는 KBS가 될 수 있도록 이사회가 제 역할을 잘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