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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독립성·공정성이 의심스러운 기수별 사장 비판

“언론사 기수별 줄세우기 문화는 일제 잔재, 대형공채 방식 바꿔야”


KBS 조대현 사장이 1년여 전 길환영 전 사장 출근저지투쟁에서 폭력을 행사한 이유로 직원들을 징계한 것과 관련해 KBS 기자들이 대거 반발하면서, 이와 별개로 언론사 내 기수별 줄세우기 문화가 도드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립적이고 개별적이어야 할 기자들이 종속적이고 집단적인 퇴행적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폐쇄적 집단문화에 젖은 기자들이 언론인으로서 개인의 양심에 따른 취재와 보도보다는 집단적 가치를 따를 가능성이 높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해치는 또 하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조 사장의 징계와 관련해 2013년 입사한 KBS 40기 기자들은 20일 성명에서 “지난해 우리는 부끄러웠다. 팽목항에서 마주한 국민들의 외면이 부끄러웠고, 청와대의 보도 개입에 앞장선 사장이 부끄러웠다. 내 조직의 잘못은 외면한 채 남의 잘못만 들추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다”며 “그래서 처절하게 외쳤다. 양심을 지키기 위해 외쳤고, KBS를 지키기 위해 외쳤다. 모두가 함께 목소리를 내는 순간이 자랑스러웠다. 그 선두에 이번에 징계를 받은 선배 9명이 있었고 우리는 이들의 양심 덕분에 더 소리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원칙을 업고 기강을 잡기 위해서라면 애초 직원들이 몸을 던져 나선 이유를 생각하셔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제쳐둔 원칙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직원들을 향한 본보기 징계라면 당장 멈추셔야 한다. KBS의 독립을 지키려는 시도를 막는 일은 KBS를 죽이는 일”이라며 “과거 사장들의 불명예를 그대로 짊어지고 가실 것인가. 늦지 않았다. 이제는 바른 판단을 하실 때”라고 주장했다.

39기 기자들은 “선배들은 단지 길환영의 출근을 막아선 게 아니다. 편파방송을, KBS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막아선 거다. 그렇기에 확신한다. 이번 징계는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35기, 37기 기자들은 “조대현 사장 본인의 정통성과 맞닿아 있는 파업의 정당성을 부인하기 위해 5년 차 안팎의 어린 기자들까지 희생양으로 삼으셨다. 지난해 사장의 흠결을 묵인했던 모두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고, 34기 기자들은 “부당한 보도 통제에 항의하며 사장 퇴진에 앞장섰던 선후배 기자들이 결국 ‘뒷북 징계’를 받았다. KBS의 자존심을 지키려 한 대가가 부당한 징계라는 현실을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38기 교양·기획제작국 PD들도 성명을 내어 “조대현 사장은 38기 교양/기제PD 후배들에게 더 이상 ‘선배’가 아니다”라며 “채증 카메라를 다시 돌려보시고 저희도 징계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어, “조대현 사장의 연임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조 사장 징계에 반발하는 KBS 기자와 PD들이 낸 성명에서 빠지지 않고 유독 강조된 것이 ‘선배’ ‘후배’ 라는 단어로, KBS 언론인들의 기수문화의 한 단면을 그대로 엿보게 했다.

특히 이를 보도한 미디어스 등 친언론노조 매체들도 ‘막내기자’ 등의 용어를 쓰는 등 언론인의 독립성 문제를 비판하기보다 오히려 집단의식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상파 방송사 채용방식 군사문화와 비슷, 공채 없는 선진국형으로 바꿔야”

이처럼 언론사의 독립성을 해치는 하나의 원인으로 꼽히는 기수문화는 언론사 채용방식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미 있었다.

지난 5월 MBC가 대졸신입 정기공채에서 상시 개방형 인재채용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방침과 관련해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방송사도 그렇고 우리나라 공채제도는 조직 이기주의가 굉장히 강하다. 일종의 순혈주의라고 하는데 기수끼리 뭉치면서 선후배 문화가 생기는데 군사문화와 비슷하다”며 “그런 문화는 지상파 조직 이기주의의 토대가 돼서 특채자나 경력자에 대해 굉장한 반감을 가지게 되고 배타주의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그동안의 지상파 방송사 채용방식은 우리나라의 사법계와 비슷해 일종의 사회적 권력이 되어 왔다”면서 “잘못된 제도는 고쳐야 하는 게 맞다”고도 했다. 황 교수는 지금의 언론사 채용방식을 공채가 아닌 외국 선진국 언론사처럼 ‘상시 개방형 인재채용’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황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가 제일 발달한 나라가 미국인데, 미국의 경우 지역단위별로 방송사가 있고, 조그만 지역방송에서 커리어를 쌓아 중앙으로 진출하는 방식이 일상화돼 있다. 중앙의 키스테이션 방송사는 공채라는 걸 하지 않는다”면서 “이른바 기수제로 뽑는 공채를 하면 종신고용형태로 가기 때문에 지금 지상파 방송사의 비효율적 임금구조의 산실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동기문화는 기수 줄세우기, 집단의식 강요...폐단 없애려면 채용방식 바뀌어야”

MBC PD출신의 한 언론인은 “엄밀히 말하면 대형 공채제도는 일제 문화의 잔재다. 일본의 NHK와 비슷하게 입사형태, 기수별로 줄세우기, 취재문화, 이런 것들이 일본 문화에서 왔다”며 “KBS, MBC가 유아독존하던 시절에는 공채가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그러나 지금은 다매체 시대로 진화하면서 좀 더 리버럴하게 개인의 경력과 개성 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채용방식이 바뀌어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언론인은 “대형 공채에서 동기문화라는 게 기수 줄세우기, 기수 전체의 동기의식을 강조하고 집단의식을 강요하는 게 있다”며 “가령 예를 들어 회사에 반기를 들면, 내용이 뭔지도 잘 모르고 단체로 휩쓸리게 된다. 파업에 반대해도 동기 10명 중 6명이 찬성하면 나머지 4명은 싫어도 따라가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게 돼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형 공채의 기수별 문화의 폐단이 그러다 보니 개성을 중시하는 언론사가 언론사 본질에 어긋나는 단체행동으로도 이어지게 되고 비합리적인 행태를 강요받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박한명 미디어내일 공동대표 이자 시사미디어비평가는 “조대현 사장의 징계를 비판하는 KBS 기자들의 기수별 성명서에는 기자의 독립성이나 주체성은 전혀 없는 집단적 패거리 문화와 정신만이 가득해 보인다”며 “이런 공영언론 기자들이 보도하는 뉴스를 어떻게 신뢰하고 믿을 수 있겠나 싶을 정도다. 우리나라 언론사들도 언론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병폐가 큰 공채제도를 없애고 선진국 언론사들처럼 상시 개방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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