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협회장 김철민)가 ‘일베 댓글’ 논란의 주인공인 A 신입기자를 91.5%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제명했다는 모바일 설문조사 실시와 관련해 기자협회의 ‘꼼수’가 아니냐는 기자들의 항의와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를 비판하는 기자들의 항의에 김철민 기자협회장이 난데없이 사퇴의사를 밝혔다가 태도를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이른바 ‘일베 기자’ 제명 건으로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모바일 투표를 실시했다. 이 결과 총원 554명 중 293명이 투표 52.9%의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268명(91.5%)가 찬성했다며 기자협회는 A 기자를 제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투표시한이 24일이 아닌 당초 23일까지였다는 것. 기자협회 집행부가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투표시한을 하루 더 연장한 것은 참여율 저조 때문이 아니냐면서 ‘조작’ ‘절차상 심각한 문제’ ‘반민주적 행태’ 등의 기자들의 비판이 줄을 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협회는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투표 절차상 별도의 규정이 없더라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사 기자협회의 행태로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철민 협회장에 항의 쇄도 “의도적 기간 연장은 조작 아닌가” “민주주의 기본이 안돼” “협회장 인식이 의심스럽다”
실제로 지난 달 29일 사내 익명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해 집행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기자는 “기협 설문조사를 통해 협회원 제명건이 가결됐다는 소식을 봤다. 내용은 전체 554명, 투표 인원 293명(참여율 52.89 %), 268명 찬성으로 제명 처리됐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기협 집행부에 묻고 싶다.”면서 ▲ 설문조사는 당초 23일까지로 공지됐다. 그런데 실제로는 24일까지도 계속 조사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 기간 연장을 하면서 기협 집행부는 어떤 절차를 밟았나? ▲ 혹시 23일까지 투표 참여율이 50%가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 의도를 가지고 기간 연장을 했다면 그것은 조작 아닌가? 만약 그랬다면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제명 조치는 유효한 것인가? 등을 따졌다.
이 같은 글이 올라오자 또 다른 기자 역시 댓글로 “당초 투표 시한 넘겨서 문자가 계속 오길래 저도 이상했습니다. 그동안 기자협회 집행부가 해왔던 절차 무시의 연장선이 아닐까요?”라며 “역지사지로 오세훈도 무상급식 찬반투표 연장해서 최소 통과조건 넘겼다면 기자로써 어떤 반응 보이실 건가요? 이번 건은 기협 집행부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김철민 협회장은 ‘모바일 투표 시스템 오류로 투표가 안 된다는 협회원들 의견이 있어 기협 집행부가 임의로 결정한 건 맞지만 문제없다’ 는 취지로 답했고, 그럼에도 항의가 계속되자 투표 연장과 관련해 별도 공지하지 않은 건 자신의 불찰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투표기한 내 투표자수가 기자협회원 과반이 되지 않은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따진다면 A 신입기자 제명은 무효가 되는 셈이다.
김철민 협회장의 해명과 관련해 기자들은 “투표 절차상 심대한 문제” “민주주의 기본이 안 됐다.” “협회장의 인식이 의심스럽다” “저도 에러가 나서 투표를 못했습니다.” 등의 댓글 공방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하겠다”던 김철민 협회장 침묵에 기자들 “사의표명 약속 지켜라” “오세훈보다 못하다” “협회 누더기 만들지 말고 물러나야”
이 과정에서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건 김철민 협회장이 “본인의 책임이다. 익명성을 존중해 본인의 사퇴를 원하는 댓글이 10건 이상 달리면 사퇴하겠다”고 표명하면서다.
이후 김 협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고 10건이 훌쩍 넘었지만 그는 현재까지 사퇴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게시판에는 김철민 협회장의 태도를 비판하며 사퇴약속을 지키라는 글들이 줄을 이었던 것. 지난 6일 한 기자는 “협회장은 사의 표명 약속에 대해 입장을 밝히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무상급식 찬반 투표율이 33.3%을 넘지 못하면 자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왜 그랬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사퇴했습니다.”라며 “그리고 며칠전 기자협회장께선 "익명성이 보장되는 게시판 댓글 등을 통해 저의 자진 사퇴가 타당하다는 의견이 10 건 이상 게시될 경우, 즉각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습니다."라고 댓글을 쓰셨지요..왜 그랬는지 역시 많은 기자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습니다. 10건이 넘었으면 사퇴하셔야지요.”라며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공개적으로 한 약속 아닙니까? 그걸 못하겠다면 오세훈보다 못한 인물이죠.”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기자는 8일 <협회장님, 공인의 말은 무거운 법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 “우리가 선거로 뽑은 협회장이 논란의 와중에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전체 협회원의 선거로 뽑혔으니까 가능하면 임기를 지키고 후임 협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게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라면서도 “그러나 공인의 말은 무거운 법입니다. 한 번 뱉은 말은 지켜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이번 논란으로 협회장은 신뢰성, 지도력, 추진력을 상실한 식물 협회장으로 전락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 말도 지키지 않은 대표를 누가 믿고 따르겠습니까?”라며 “자리 욕심에 더 이상 협회를 누더기로 만들지 말고 깨끗이 물러나시는 것이 자신과 협회를 위해서도 좋을 것입니다. 더 이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협회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썼다.
KBS 기자협회의 한 기자는 “기자협회장이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댓글 10개로 사퇴 운운하는 기자협회장의 모습에 많은 협회원들이 실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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