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차기 사장에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이 내정된 이후 언론계 안팎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노조의 반응이 의외”라는 점이었다.
모 언론학자는 “너무 의외이고 파격적인 인사라 도대체 이번 인사의 의미가 무슨 뜻이냐를 놓고 다들 어안이 벙벙해서 맨 처음 노조의 반응부터 봤는데 조용했다”고 했다.
이 학자는 “최근 모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그 점이 궁금해 ‘노조는 왜 가만히 있는 거냐’고 물었더니 ‘글쎄?’ 모르겠다고 하더라. 다들 의아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YTN 노조의 반응은 예상과 달리 잠잠하다. 노조는 조 내정자를 ‘밀실인사’로 규정한다면서도 “검증작업 중”이란 말 외엔 뚜렷한 반대 투쟁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YTN 노조가 강성노조로 유명해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낙하산 사장 반대’ 명분을 앞세운 극렬한 투쟁이었다.
2008년 YTN 이사회가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선임하자 노조는 주주총회 무효 및 출근저지 등 전면적 반대 투쟁에 들어간 바 있다. 당시 ‘YTN 공정방송 사수와 구본홍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재에 돌입했던 노조는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이 단식투쟁에 나서면서까지 끝장 투쟁을 이어갔다.
노조의 극렬한 반대 투쟁에 결국 임기도 마치지 못하고 중간 사퇴했던 구 사장 직무대행으로 시작한 배석규 사장 역시 노조의 ‘배석규 반대 투쟁’에 부딪혀야 했다. 그러나 배 사장은 구본홍 사장 체제에서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을 폐기하고 노조 측과의 소송전도 불사하는 등 구 전 사장과 달리 임기 내내 원칙대응으로 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보도국장 추천제’와 ‘공정방송 협약’ 등이 포함된 단체협약은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어 노조의 YTN 장악을 위한 불공정 협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보수정권 들어 신임 사장 정국에서 매번 극렬한 반대 투쟁에 나섰던 YTN 노조가 그렇다면 이번에는 왜 이렇게 조용한 걸까? 전략적 선택에서 나온 의도된 침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배석규 사장 체제에서 반대 투쟁의 혹독한 맛을 본 노조가 이번엔 조준희 사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유화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비평가는 “자신들이 볼 때 낙하산 사장 반대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싸웠지만 결국 싸움은 오래갔고 해고자와 징계자가 속출했으며 소송전으로 가도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까진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걸 노조는 수년간의 투쟁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며 “반대 투쟁으로 얻은 게 없으니 이번 사장에 대해선 반대로 유화작전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일단 사장 내정자에 호의를 보이며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그리곤 취임 후 조준희 사장과 일종의 딜(거래)을 시도할 것이 틀림없다. 새 사장이 언론노조를 잘 모르고 YTN의 생리를 잘 모른다는 점을 적극 이용하려 들 것”이라며 “가령, 보도를 다시 장악하기 위해 보도국장 추천제를 다시 살려달라고 요구하거나 배석규 사장 체제에서 노조가 ‘5적’으로 꼽은 인사들을 포함해 노조에 적대적인 인물들을 인사에서 배제해주면 노조도 새 사장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또 무엇보다 해고자들을 어떤 식으로도 복직시켜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준희 사장 내정자가 YTN을 위해 일하겠다는 결심이 강하다면 노조가 왜 자신에게 잠잠한지 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노조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던 구본홍 전 사장이 결국 노조에 끌려다니다 임기도 못 마치고 사실상 사장직에서 쫓겨난 사례를 잘 알아야 한다. 구 전 사장은 노조와 화합해 같이 간다고 협상에서 내줄건 다 내주고도 YTN 보도를 망치고 자신도 굴욕적으로 중도 퇴진하는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다. 조준희 내정자는 같은 실수를 절대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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