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훈영 기자] MBC 조직개편설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언론노조 기관지 미디어오늘이 MBC가 24일 이를 전격 단행하자 다시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앞선 비판과는 논조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앞선 비판이 조직개편으로 인한 교양제작국 해체가 MBC의 공영성과 경쟁력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여권을 향한 안광한 사장의 구애’라는 정치적 해석에 초점을 맞춘 것. 안 사장이 임기를 보장받기 위해 충성경쟁에 나섰다는 것이다. 24일자 게재된 'MBC 교양국 폐지는 안광한 사장 생존 몸부림?'이란 제하의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미디어오늘은 기사에서 “MBC가 24일부로 교양국 해체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안팎에서는 이와 같은 강공 드라이브에 대한 ‘뒷말’이 나온다”며 “이번 조직개편이 정부‧여당을 겨냥한 안광한 사장의 엇나간 ‘노림수’라는 정치적 해석과 향후 대대적 ‘인력재배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다양한 분석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MBC의 조직개편 내용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교양제작국은 예능국 산하 ‘제작4부’와 콘텐츠제작국 산하 ‘다큐멘터리부’로 나뉘게 됐다. MBC는 개편 방향으로 △미디어 환경변화 대응 강화 △수익성 중심 조직으로 재편 △기능 조정에 따른 조직 효율화 등을 꼽았다. 이를 반영하듯 부사장 직속으로 ‘특임사업국’을 두고 각 부문마다 ‘사업부’ 또는 ‘마케팅부’의 부서들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변화에 미디어오늘은 “교양의 예능화와 단기 수익 추구가 공공성과 다양성이라는, 공영방송 본연의 가치를 들어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발끈했다. 또한 이 기관지는 “이번 조직개편이 단순 기능 조정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면서 “각 부문에 관계없이 일정 비율을 ‘잉여인력’으로 솎아내 재교육과 대기발령을 시킬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며 경계하는 MBC언론노조 측의 주장도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아울러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해 “이번 조직 개편이 안광한 MBC 사장이 정부‧여당에 보내는 신호라는 뒷말도 나온다. 임기 보장을 위한 ‘충성 경쟁’이 아니냐는 지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방송을 잡고 있는 걸 (정부‧여당 쪽에) 보여주고 있는 것” “지금이야 버티고 있지만 MBC 경쟁력과 신뢰도가 바닥인 것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지게 될 것” “현재 MBC가 방송을 망치고 우민화 전략을 쓴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어디 있나. 단기적으로는 드러나지 않겠지만 신뢰도 하락과 경쟁력 저하는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게 할 것” 등으로 MBC 조직개편을 비난한 익명의 MBC PD의 코멘트를 전했다.
최승호 앵커도 “안광한 사장이 입지가 탄탄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임기 3년을 어떻게든 채워보려고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런 비정상 상태가 오래 갈 것이라 보진 않는다. 교양국은 그 필요성 때문에 5공 시절부터 존속했다. 민영방송 SBS도 다시 교양국 체제로 돌아오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MBC언론노조, 노무현 시절 ‘권력자’로 돌아갈 수 없다는 시대흐름 깨달아야”
미디어오늘의 이 같은 분석과 시각에 대해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무엇이든지 정치적 시각으로 보는 게 MBC 언론노조의 고질적 습관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비평가는 “새삼스러울 것 없다. 자신들이 매사 MBC의 보도나 인사 등의 문제를 정치적 음모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며 “정치세력 시민세력 등 온갖 세력을 끌어들여 MBC를 완전히 노조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기 위해 저질 정치파업의 최고봉을 보여주면서 대실패한 총파업이 MBC 개혁의 명분을 준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MBC 개혁이 어떤 면에선 노조 오판과 삽질 덕에 명분을 얻은 것인데 무슨 정치적 음모론을 펴는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말해 그게 다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노조는 툭하면 MBC의 신뢰도 하락이나 경쟁력을 이야기하는데, 노조를 지지하는 측은 MBC에 대한 신뢰를 잃었는지 몰라도 다수의 국민들은 노조의 정치파업이 없는 안정된 MBC, 또 보도나 프로그램으로 과격한 이념싸움과 선동하지 않는 MBC의 현재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노조의 시대가 갔다는 것이다. 그 아무리 대단한 MBC 노조라도 과거 노무현 정권 때처럼 극렬했던 언론노조의 시대로 이젠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C는 궁극적으로 민영화로 정체성을 찾아가야 한다”면서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수 없듯, 언론노조의 시대도 기울어 가고 있음을 자각하고 시대에 맞는 부응하는 노조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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