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보도국장이 촉발한 KBS 사태가 실패로 끝난 2012년 MBC 파업을 닮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선거를 앞둔 시점에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가결시킨 것과 야당과 언론노조 측의 여론선전전 그리고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과 길환영 사장 측의 대응 등이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재철 당시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파업을 가결시켰다.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재적 조합원 939명 가운데 783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53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투표율 83.4%, 찬성율 69.4%로 파업안이 가결돼, MBC본부노조는 1월 30일 새벽 6시부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MB정권 하에서 완전히 몰락하고 정권의 품에 안긴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겠다는 뜻에 구성원들이 공감한 결과”라며 “MBC를 말아먹은 경영진과 그 편에 서서 완장 찼던 간부들을 모두 쇄신시키겠다는 의지”라고 주장했었다. 이 당시 파업찬성은 김 전 사장을 상대로 한 두 번째 파업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높은 찬성율이었다.
이번 KBS본부 노조의 파업 찬성율은 93%이었다. KBS본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재적조합원 1,131명 중 1,052명이 투표해 93%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찬성 992표(94.3%), 반대 56표(5.3%), 무효 4표(0.4%)로 파업이 가결됐다.
궁극적으로는 향후 언론노조측이 어떻게 대여론전을 성공적으로 펴나갈 것이냐에 달렸지만, 파업 결정 후 여론의 반응이 언론노조에 친화적인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냉담하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파업 결정 전후로 민언련 등 언론노조를 지지하는 단체들의 잇단 지지성명이나 사측을 비판하는 성명이 나왔지만 MBC 파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크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KBS본부노조가 김시곤 보도국장의 폭로를 이유로 청와대 개입 논란으로 사태를 키워가며 정부여당에 공세를 펴는 모양새도 2012 MBC 파업 사태와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MBC본부노조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장악 주장을 펴며 정부여당을 향해 공세를 폈지만 오히려 “노조가 정치공세를 한다”는 점만 부각되면서 정부의 방송장악 논리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길환영 사장이 지면광고를 통해 정면 돌파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길 사장은 조만간 중앙일간지에 노조를 비판하는 내용의 입장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BS본부는 성명을 통해 “조중동 광고 행위는 김홍식 홍보실장이 총대를 메고 추진하고 있다”며 “길환영 사장을 위한 개인적인 충성이자 해사행위를 멈춰야 한다. 이는 엄연한 배임행위로 고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과거 MBC 김재철 사장이 회사입장이란 명목으로 신문에 광고를 낸 사례가 있는데,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 예산낭비 절차를 닮아 가는가?”라고 했다.
그러나 언론노조 측의 주도로 총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KBS 사태가 노조의 총체적 실패로 끝난 MBC와 닮은꼴이 되기 위해선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KBS가 MBC와 같이 노조의 정치파업과 정치공세를 극복하려면 경영진이 노조와 야당의 방송장악 의도, 정치개입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의지를 가지고 한마음으로 뭉쳐야하는데, KBS가 과연 그런지 모르겠다”면서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면 길 사장이 어떤 희생도 각오하겠다는 의지로 모두를 똘똘 뭉치게 하는 단단한 리더십을 보여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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