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김용철 이사의 도를 넘는 월권행위가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김 이사가 지난 10일 임시 이사회에서 MBC 이사 선임과 관련, 김종국 신임 사장이 말을 듣지 않을 경우 해임시키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또한 김용철 이사 등이 MBC 이사 명단을 확정짓기 위한 회의를 강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김문환 이사장이 이사회 개최 날짜 조정이 필요하다고 양해를 구했는데도 “우리들끼리 회의하면 된다”면서 이사장은 회의에 참석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도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김용철 이사의 전횡 논란이 불거지자 취재차 전화를 건 폴리뷰측의 질문에 차기환 이사는 “사장 해임 발언은 방문진 회의 속기록에 나와 있는 사실”이라며 “너무 뜻밖이라 굉장히 놀랐다”고 말하며 이와 같은 사실들을 확인해줬다.
차 이사는 “방송사 부사장까지 한 분이 방송 독립의 문제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임명된 지 이제 2주 밖에 안 되는 사장을 어떻게 ‘해임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용철 이사 등이 주도한 10일 임시 이사회는 처음부터 적법성 논란에 휩싸였다. 차 이사 등은 이사회 소집 권한이 있는 김문환 이사장에 의해 적법하게 열린 이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원천무효라는 입장이다.
차 이사는 “권한을 가진 이사장이 소집한 이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부적법한 이사회”라며 “그렇기 때문에 안건을 다룰 수 없는데도 그 회의에서 MBC 이사를 몇 명으로 하자는 안건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속기록을 입수해 보니, 이사들이 월요일(13일)까지 5명의 명단을 (김종국 사장이)가져오면 목요일(16일) 통과시키겠다고 회의를 했다”며 “이사들이 회의를 하면서 ‘만약 김종국 사장이 월요일까지 (명단을) 안 가져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니까 ‘그럼 해임하면 된다’ 이렇게 말한 거다. 속기록에 있다.”고 했다.
차 이사는 이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그날 이사회 자체가 적법성 논란이 큰데, 그 이사회 결의를 안 지켰다고 해임하자? 이런 사고방식으로 어떻게 공영방송을 관리·감독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라고 황당해했다.
그는 “김용철 이사가 자신의 진의가 아니라고 해명을 했다”며 “본인은 그런 의사가 아니라고 하지만 명단을 그때까지 안 가져오면 해임하면 된다는 얘기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 회의에서 이사들이 김 사장이 명단을 13일까지 가져오면 14일까지 통과시키겠다고 회의를 해나가고 있었는데 김문환 이사장이 날짜를 조금 늦추려고 했다”며 “김문환 이사장이 화요일(14일)에는 개인 용무가 있다며 정기 이사회가 예정된 목요일로 하자고 하니 김용철이사가 ‘이사장은 회의에 안 나와도 된다’며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반문했다.
김용철 이사는 여권추천 이사임에도 방문진 이사회 주요 안건마다 야권측 이사들과 공조해 가면서 MBC 노조세력 뜻대로 개혁을 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이사는 현재 김문환 이사장의 권한도 완전히 무시한 채 독선적 행태로 방문진 파행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서철민 기자 suhchulm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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