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재철 전 사장이 해임된 이후에도 언론의 악의적 기사 제목 뽑기가 여전히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직을 그만둔 자연인에 대해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과 악의적 제목을 단 기사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것은 언론의 부당한 보복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일요신문은 <김재철 떠난 후…왕년의 예능 강자 '일밤'이 부활했다>라는 제목으로 이목을 끄는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는 MBC <일밤>의 새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가 첫 방송에서 시청률 7.8%를 기록했으며 이전 코너인 '매직 콘서트 이것이 마술이다'의 마지막 방송 시청률인 5.2%보다 2.6%P 상승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사는 이어 첫 방송 만에 홈페이지엔 시청자 의견이 300개 가까이 달릴 정도로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고 전하고 있다. 해당 내용 어디에도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제목은 <김재철 떠난 후…왕년의 예능 강자 '일밤'이 부활했다>로 마치 김 사장이 떠난 뒤에야 MBC의 예능이 부활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
악의적인 의도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경우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포털에서 '진짜 사나이'를 검색했을 때 일요신문을 제외한 어떠한 기사도 김 전 사장이 언급된 기사가 없다는 것만 보더라도 의도적인 낚시성 기사제목이라는 것.
또한 제목이 사실상 허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방송의 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최소한 몇 달이 걸린다는 게 방송가의 일반적인 상식이라는 점에서 일요신문의 제목은 허위라는 것.
'진짜사나이'는 이미 지난 2월 26일에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프로그램이 논의 중이라고 MBC 관계자가 밝힌 바 있다. 또한 3월 18일 <일밤>의 새 코너로 확정됐다는 보도도 이미 나왔다. 이는 김 전 사장이 사퇴한 3월 27일 이전에 프로그램이 이미 기획된 내용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셈인 것.
김재철 전 사장의 ‘성과’ MBC 1년 2개월 만에 지상파 4개 채널 중 주간 수도권 시청률 1위
한편 김 전 사장은 MBC 대표이사의 고유권한인 MBC 지역사·계열사 임원인사를 방문진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방문진에 의해 해임안이 통과됐다. 이에 김 전 사장은 방문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사퇴서를 제출한 바 있다.
김 전 사장은 앞서 2013년 신년사에서 "재작년 MBC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그룹 전체 매출 1조 8000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이 1300억 원, 시청률 8.2%를 기록했다"며 "강물과 골짜기로 둘러싸인 칼산처럼 7,8년 만에 달성한 1조8000억 원의 매출, 1300억 원의 영업이익,8.2%의 시청률 1위를 그대로 골짜기 아래로 떨어뜨려버렸다. 올해에 반드시 1등을 탈환해야 한다"고 MBC 부활의 각오를 다진 바 있다.
김 전 사장이 1등 방송의 각오를 다진 후 나온 결과도 MBC 부활을 의미하는 수준의 호성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드라마 '백년의 유산'은 (23.4%)로 타 방송을 압도적인 격차로 따돌리고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고 '구가의서'(14.1%), '남자가 사랑할 때'(11.6%) 등도 모두 근소하지만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MBC는 1년 2개월 만에 지상파 4개 채널 중 주간 수도권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16일 시청률 조사업체 TNmS와 MBC에 따르면 MBC는 지난 8일부터 14일 수도권 기준 평균 시청률 7.9%를 기록했다. 지상파 4개 방송 가운데 1위로, 이는 지난해 1월 넷째 주 이후 1년 2개월 만에 거둔 놀라운 성과다. 노조가 지난해 장기파업에 돌입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 결과인 것. 김 전 사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1위 탈환의 각오가 현실로 이루어진 셈이다.
자유언론인협회 김승근 미디어위원장은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제목으로 독자를 속이는 것은 일종의 사기행위"라며 "이런 언론은 포털에서도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 김 전 사장과 같이 상식적 비판을 넘어 마녀사냥을 당하는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을 것이다. 또 일요신문 같은 언론에 독자들이 우롱당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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