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 글은 원 저자인 폴 인그래함(Paul Ingraham)의 허락을 받고 올리는 글(Why “Science”-Based Instead of “Evidence”-Based?)입니다. 폴은 인터넷 전업작가인 관계로 엄격한 저작권 조건을 지켜줄 것을 전제로 이 글의 번역 소개를 허락해주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선 이 글은 이곳 외에 다른 곳에 퍼가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지라는 것을 알립니다(법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 있습니다). 외부에 이 글을 굳이 소개하겠다면 반드시 링크로 소개해주셔야 합니다. 김현우 과학중심의학연구원 학술특보와 황의원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이 같이 번역했습니다.(2012년 5월 30일 기준 번역)
근거중심의학(EBM)에 대한 간략한 스케치
무엇이 치료법으로서 효과가 있는가? 효과가 있다면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사실 우리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직관(intuition)‘과 또 개별 의사, 환자의 경험같은 것들은 어떤 치료법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데 있어선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물론 ’과학(Science)‘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개념에 기반한 신중한 검증을 통과하지 않고서 어떤 약이나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우리의 ’과학‘을 위하여 건배하자! 아닌게 아니라 ’과학‘은 최근 백년 동안 있었던 그 모든 중요한 의학적 성취의 중심에 있었다.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은 1990년대에 그 개념이 정립되었지만, 사실 시작은 더 이전에 있었다.
"근거중심의학은 ‘과학적 방법론’으로 얻어진 현존하는 최고의 임상 근거를 의학에서의 의사 결정에 이용하고자 한다. 이는 각 치료법과 진단법이 가지고 있는 위험한 정도와 그 근거의 타당성, 그리고 혹시 치료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에서도 그런 진단이 가지고 있는 위험한 정도와 근거의 타당성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Evidence-based medicine. Wikipedia.com. )
왜 과학중심의학인가? 이미 근거중심의학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근거중심의학(EBM)은 의학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음에도, 한계가 있다. 우리 블로그의 맥락에서 얘기해본다면, 근거중심의학의 문제는 임상시험에 너무 주안점을 둔 나머지 ‘과학적 개연성(scientific plausibility)‘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임상시험의 결과’(근거중심의학의 정의에 따르면 순수한 "근거(evidence)")에 주안점을 둔다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근거중심의학의 개념하에서는 잘 정립된 자연과학적 체계의 바깥에 있는 치료법, 또는 ’과학적 개연성‘이 매우 적게 존재하거나 아예 없는 치료법에 대해선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 (Announcing the Science-Based Medicine Blog, ScienceBasedMedicine.org contributors. )
"근거중심의학은 도그마로 점철되었던 지금까지의 의학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이기는 하지만, 이 개념은 우리의 의학을 가장 효과적으로 만드는 일에는 궁극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현재 근거중심의학의 상황을 보면, 다른 모든 근거보다도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를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기초과학에 기반한 반드시 고려해야될 사항들을 무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근거중심의학은 결국 질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증례 보고서보다 근거의 수준을 더 낮은 단계로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맹점은 바로 일련의 사이비의학같은 것들이 상아탑에서의 진짜 의학 행세는 물론, 소위 ‘근거중심의학’ 행세까지 기꺼이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Hard science" and medical school, Dr. David Gorski)
납치당한 근거중심의학! 돌팔이들이 근거중심의학을 이용하는 방법
의도치 않았던 결과
근거중심의학의 가장 전형적이면서 우스꽝스럽고 또 결코 의도치 않았던 결과란, 아주 사악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치료법을 합법성의 경계선상에 있는 듯 여겨지게한다는 것이다. 또 그것은 완전히 황당하기 짝이 없는 치료법이, 아직은 그 효과가 완전히 검증되지않았을뿐인 다른 좀 더 믿을만한 과학적 치료법과 비슷해 보이게 한다.
내가 고안한 가상의 '안구를 뾰족한 것으로 찌르는 치료법(sharp-stick-in-the-eye therapy)'을 한번 예로 들어보자. 이 치료법을 옹호하는 돌팔이들은 근거중심의학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관련 연구 논문 말미에다가 "시각장애인(blindness)의 ‘안구를 뾰족한 것으로 찌르는 치료법’은 그 효과의 유무를 판단하기에 아직 충분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최종 결론을 내리기위해서는 추가적인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이런 진술은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따진다면 꼭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완전 헛소리임을 독자들은 충분히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 : 폴 인그래함의 '안구를 뾰족한 것으로 찌르는 치료법(sharp-stick-in-the-eye therapy)은 ‘침술(acupucnture)’을 패로디한 것이다.)
허나 놀랍게도 이러한 넌센스를 저명한 근거중심의학 학술지들인 ‘코크란 연합(The Cochrane Collaboration, http://www.cochrane.org )’이나 ‘내츄럴스탠다드(The Natural Standard, http://naturalstandard.com )‘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학술지들은 ’지금까지 지지하는 근거가 하나도 없었던 치료법‘, 특히 ’앞으로 미래에도 분명 지지할만한 근거가 나오지않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치료법‘에 대해 정기적으로,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무비판적인 진술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뻔히 상식을 벗어난 치료법을 두고 “최종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유사의학적 혼돈(quasi-scientific obfuscation)“은, 충격적일 정도로 이상한 치료법들을 외려 합법적이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만들고 있으며 그런 치료법들을 마치 ‘에너자이저 백만돌이(Energizer bunny)‘처럼 지속되게 만든다.
물론 물리치료와 지압요법같은 것이 우리의 신체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우리는 실제로 그보다 나쁜 짓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신화를 퍼뜨리면서, 유사 의학적 혼돈 속에서 타인의 신체를 통해 우리의 존재의 당위성을 확보한다. (John Ware, Physical Therapist, comment in an EBM vs. SBM debate)
과학의 등장
이러한 근거중심의학과 과학중심의학의 차이를 두고서 단지 사소한 것을 갖고 따지는 것으로 볼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우리 문명사회의 관심과 혈세는 엉터리 치료법에 대한 연구말고도 정말 좋은 일에 사용하기에도 모자라다는 것을 명심하자. 아이러니컬하게도, 근거중심의학은 그야말로 상식을 초월한(extraordinary) 주장을, 상식적인(ordinary) 근거야 말할 것도 없고 아예 아무런 근거 없이도 기꺼이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우리는 ‘과학중심적인(Science-Based)’ 시각이 필요하다.
"아마도 근거중심의학의 창시자들은 근거중심의학의 개념이 경이로울 정도로 타당치 못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보완대체의학류와 같은 가설들을 정당화하는데 이 개념이 사용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정말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근거중심의학의 창시자들이 애초 갖고 있었던 생각은, 어떤 가설이 임상연구단계까지 도달했다면 그것은 이미 임상 전 단계의 근거(즉, 기초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뒷받침되어있으며 그 효용성까지 지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Answering a criticism of science-based medicine, Dr. David Gorski)
충돌은 없다
"우리는 근거중심의학과 싸우자는 것이 결코 아니며, 근거중심의학과 과학중심의학이 상호배타적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실 근거중심의학은 과학중심의학의 부분집합이다. 왜냐하면 근거중심의학은 자체적으로 아직 불완전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근거중심의학이 모든 근거들을 제대로 검증하여 자신의 이름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시대가 오길 갈망하고 있다. 그런 시대가 도래했을때, 과학중심의학과 근거중심의학은 서로 구분이 되지 않을 것이다." (Jacqueline: EBM ought to be Synonymous with SBM, Dr. Kimball Atwood)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