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올림픽 열기 때문에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지난 8월 14일 경남 거제시에서는 뜨거운 생명의 시(詩)가 행복의 섬에서 꽃 피는 조촐하지만 뜻 깊은 문화행사가 열렸다.
청마 유치환의 탄생일이었던 14일(음력 7월 14일)에 거제시문화예술재단(이사장 김한겸)에서는 청마 유치환의 삶과 문학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청마 탄생 100주년 기념 '작은 음악회', 시그림집 '깃발, 나부끼는 그리움' 출판기념회, 그리고 소설가 윤후명과 함께 하는 '청마행복기행'을 개최했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청마 유치환은 어려운 역사적 현실 속에서 지식인으로서 겪는 고뇌와 좌절을 비롯한 민초들의 삶의 애환을 생명력 넘치는 시로써 승화하여 한국 현대시의 발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또한 청마 유치환은 후학 양성을 위한 교사로서의 생활을 기반으로 작곡가 윤이상과 함께 경남, 부산, 대구를 비롯한 수많은 학교의 교가를 작사하여 반세기를 넘은 지금까지 각 학교의 상징이 되어 재학생들의 결속과 동문들의 자부심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거제시문화예술재단에서는 청마가 직접 작사한 교가 부르기라는 이색적인 음악회를 거제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개최했다. 청마의 시를 시각화한 전시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열렸던 이번 음악회에서는 청마가 작사한 수많은 교가 중에서 통영여고, 대구교육대학교, 부산고, 동래고의 교가를 거제시여성합창단의 목소리로, 우리 고장의 둔덕중학교와 통영초등학교의 교가를 거제시소년소녀합창단의 합창으로 듣고, 대구여고, 통영고의 교가를 김재순(옥포고 1)군이 피아노 연주로 들려주었다. 뿐만 아니라, 청마의 시를 소재로 한 극단 ‘예도(藝島)’의 시극과 함께 시낭송이 이어져 음악, 미술, 연극이 함께 어우러진 종합예술무대를 통해 현대예술로 승화된 청마 유치환의 문학세계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유족 대표로 장녀 유인전, 삼녀 유자연 여사가 참석했으며 청마 유치환의 셋째 따님은 “물질문명만을 최고로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정신의 풍요로움을 구하셨던 아버님의 유지가 전달되는 방법에 있어서 다양한 장르의 종합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을 보는 것은 그 자체가 감동이다. 또한 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삶을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며 행사를 준비한 거제시와 거제시문화예술재단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교보문고와 문학단체 문학사랑(이사장 소설가 김주영)이 주최한 ‘윤후명과 함께 하는 청마행복기행’이 서울에서 출발하여 경남 거제시 둔덕면의 청마기념관과 생가, 묘소 등을 방문한 후 참석하여 청마 탄생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청마의 탯자리로서 갖는 거제시의 문화적 자산 가치를 체험하였으며, 다음날 동백섬 지심도와 해금강, 홍포 등을 탐방하고 귀경했다.
문학기행을 인솔하고 온 윤후명 소설가는 거제도를 배경으로 한 <섬>이라는 작품으로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하고, 지심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 <팔색조>를 발표하는 등 거제도와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이야기하며 "한국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청마 유치환의 자취는 해양문화관광도시를 지향하는 거제시를 문화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며 이와 같은 행사가 일회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갈 수 있기를 당부했다.
거제시 김환영 부시장은 축사를 통해 청마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문인이며 거제시 문학의 얼굴이므로 탄생 100주년을 시작으로 위대한 시인의 작품세계와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걸어가신 삶을 재조명해 보는 문학행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거제문화예술회관 김형석 관장도 청마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출판기념회 인사말을 통해 "통영과 거제시의 청마 출생지 소모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유치환 시인의 예술혼을 부각시킬 수 있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상생을 위한 문화적 경쟁을 하자"고 역설했다.
청마 유치환의 시를 현대 회화로 표현한 청마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시 ‘깃발, 나부끼는 그리움’ 전시회는 8월 25일까지 거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계속되며, 전시도록을 겸해 출간한 시그림집 '깃발, 나부끼는 그리움'(도서출판 교보문고)은 전국 유명 서점과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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