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험생으로 가득찬 노량진 수험가의 모습이 활기차다.
공무원 기상전망도에서 채용낙관론이 탄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교육사이트 에듀스파(www.eduspa.com)가 국가고시 및 자격증 주간 섹션 정보지 고시기획(www.gosiplan.com)과 함께 내년도 공무원 채용 기상도를 점검해봤다.
“경쟁자 늘고 정원은 감소?”
계속되는 정부의 조직개편과공무원 감축 움직임으로 수험가는 찬물을 끼얹은 듯 썰렁하다. 지난 6월20일 행정안전부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1만386명의 공무원을 감축하는 내용의 지방조직 개편 추진사항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국무회의를 열어 올해 국가공무원 소요정원으로 확정됐던 5천253명 중 1천813명(35%)만을 증원키로 하는 내용의 「직제 일부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여기에 국가공무원 임용시험의 연령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무원임용시험령 개정안이 이르면 이달 하순께 발표 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 정만석 인력개발기획과장은 “빠르면 8월 하순에 국가공무원 임용시험 연령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무원임용시험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회사무처 등 국가공무원 시험을 시행하는 다른 기관에서도 연령제한이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응시연령 제한을 폐지함에 따라 수험생들의 응시기회는 늘었지만 대다수의 수험생은 그리 달갑지 않는 표정이다. 응시기회가 늘어나면서 경쟁자만 늘고, 현 정부의 조직개편과 공무원 감축으로 인해 공직의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 하지만 정부관계자와 주요 지자체 인사담당자에 따르면 2009년도 공무원 채용 전망은 그리 절망적이진 않다.
조직개편 “채용에 영향 없어”
이에 행안부 정만석 인력개발기획과장은 “조직개편은 신규채용과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신규채용 규모는 연말에 해당부처로부터 수요를 취합해 결정한다”며 “조직개편으로 공무원 수를 줄인다고 해서 신규채용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말은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서울시 인력운영과 관계자 역시 “지자체 조직개편은 신규채용과 직접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직기획과 김형묵 서기관은 지난달 29일 “「직제 일부개정령안」은 올해 소요정원을 축소한 것으로 내년도 신규채용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공주영상대학 공무원양성과 윤성일 교수는 “조직개편으로 공무원 정원은 줄지만 주로 별정직이나 계약직 공무원 위주의 감축이 예상된다”며 “공채로 선발하는 일반직 공무원 채용규모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제난 → 조직개편 … 1998년 닮은꼴
노무현 정부의 대규모의 공무원 채용이 지속되던 가운데, ‘작은정부’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권의 등장은 대대적인 공무원 감축으로 이어졌다. 취업률은 날로 감소하고 있는 경제난 속에 조직개편을 통해 공무원 수를 줄이는 정부의 모습이다. 어디선가 한번쯤 본 것 같은 데자뷰를 느낄 수 있다. IMF 경제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던 지난 1998년의 모습과 흡사하다.
새로 선출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수위 보고를 통해 2년간 10만명의 공무원을 감축하겠다고 나섰다. 97년 당시 28만5천899명이던 지방공무원의수는 98년 26만8천908명으로 1만6천9백여명이 감소했으며, 99년에도 25만6천426명으로 1만2천여명이 줄었다. 이같은 공무원 감축 행진은 2001년까지 지속돼 24만3천859명까지 줄었다. 국가공무원도 상황은 같았다.
정원 줄었지만 채용은 늘어
당시 전문가들은 1999년 7·9급 공무원 채용규모가 전년도에 비해 50%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며, 수험가에서도 같은 내용의 소문이 흉흉했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은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 99년 일반직 국가공무원의 채용인원은 3천178명이었다. 지난 정권에서 공고했던 98년도의 2천500명보다 678명 늘어난 것. 오히려 30% 가까이 늘어났다. 2000년은 더욱 늘었다. 전년대비 절반가까이 늘어난 4천846명을 채용했다. IMF 이전인 1996년 김영삼 정권 당시 3천357명을 채용하던 규모를 넘어섰다. 98년부터 2000년까지 국가공무원 1만5천726명을 감축하는 동안 신규채용규모는 오히려 5천524명 늘었다. 특히 당시 정부는 2001년도 채용공고를 발표하면서 “고학력 미취업자의 증가로 인해 이들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신규채용 규모를 최대한 늘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퇴직·휴직 등 결원 많아
보통 신규채용인원은 퇴직인원 등 인력의 결원에 따라 그 규모가 결정되곤 한다. 올해 서울시 채용인원이 많았던 것도 퇴직인원이 많았기 때문. 이점에서 내년도 채용규모는 기대해볼만 하다. 지난 10년간 국가공무원의 퇴직인원을 살펴보면 지난해 2천630명으로 다른해에 비해 많은 편이다. 지난 98년 IMF 당시 명예퇴직 등 퇴직인원이 급격히 늘어난 점을 떠올린다면, 올해도 어느 정도 기대해볼만하다.
정부조직 개편과 더불어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논의되면서 명예퇴직자가 급증한 것. 올 상반기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와 국토해양부, 보건복지가족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의 명예퇴직자만 총 339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명예퇴직한 217명에 비해 1.5배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전체 명예퇴직자 737명의 46%에 해당한다. 또한 올해부터 여성공무원의 육아휴직기간이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연장됨에 따라 육아휴직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여 대체인력 수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참고로 지난해 육아휴직 이용자는 2천26명이며 출산휴가 이용자는 3천398명에 달했다.
지자체 반발… 감축규모 축소
한편 정부의 이번 조직개편에 반발하는 지자체도 하나둘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경기도 화성시. 동탄 등 신도시 건설로 인해 지난 2년간 인구가 10만여 명 늘어나는 등행정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에 정부의 일방적인 감축지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화성시는 경기도내 기초단체 중 유일하게 조직개편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성남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단 정원감축 규모를 99명으로 축소한 조직개편안을 제출하긴 했으나 현재 판교신도시 조성으로 구청 신설이 진행 중이다. 조동은 성남시 인사팀장은 “신설구청에 160여 명의 공무원 인력이 필요한 상태”라며 “섣불리 감축이나 신규채용을 논할 수 없어 정부의 추가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자치단체 역시 행안부의 감축권고안에 훨씬 못미치는 인력을 감축키로 하는 등 대체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행안부 “일단 올해만…”
경기도 시흥시 박명원 부시장은 지난달 7일 시의회 정례회 시정질의에서 “일방적인 정원감축은 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부시장은 공무원 감축안에 대한 이민국 의원의 질문에 “행안부에 건의한 결과, 올해는 권고안대로 조직개편을 완료한 후 내년에 지역특성을 고려해 재검토 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전했다.
박 부시장이 밝힌 행안부의 답변은 내년도 신규채용을 바라보는 공무원 수험생에게 희망적이다. 이는 올해는 대대적인 감축이 시행됐으나 내년에는 이 감축안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 특히 공무원 수요가 날로 늘어나는 만큼 부족한 인원을 새로 채용해야하는 많은 지자체에서 공무원 충원을 건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험생에겐 오히려 기회”
이와 같은 낙관적인 채용전망에 힘입어 공무원 시험의 연령제한까지 폐지됨에 따라 중·장년층 수험생이 하나둘 수험가에 모이기 시작했다. 일부 수험생은 벌써 학원에 등록해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모습.
대전에서 검찰사무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김 모(49)씨는 “응시연령 폐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마자 수험준비를 시작했다”며 “나이가 있기 때문에 젊은 수험생이 많은 9급 시험에 섣불리 응시하기가 쉽지 않아 검찰사무직렬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공주영상대학 공무원양성과 윤성일 교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올해부터 지방직 시험을 같은 날에 실시함으로써 실질적인 경쟁률이 줄어 보다 많은 수험생에게 공직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