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이 촛불을 들자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386세대가 주도권을 잡은 매체에서는 “386 이후 민주화 세대가 부활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20대와 30대는 “스스로 자각도 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세대”로 비하되었다. 사실 상 집회에 나오라는 협박이었다. 그러다 쇠고기 파동이 과열되면서, 대학생들과 30대 직장인들의 집회 참여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10대들에 대한 예찬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10대든 20대든 30대든 조금씩은 개인에 따라서 늘 집회에 나가고 있었다. 단지 방송사 카메라에 잡히느냐 안 잡히느냐에 따라, 합리적 주체로서의 시민이 되던지, 의식없는 무뇌아가 되었을 뿐이다.
10대 20대 30대들에게도 광장의 참여는 익숙하다. 2002년 월드컵 당시의 붉은악마 응원단의 물결을 기억해보라. 이번 쇠고기 촛불집회에도 붉은악마 유니폼을 입은 젊은 세대가 눈에 띄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광장은 의사표현의 수단이자 하나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러나 2002년 당시 386지식인들은 붉은악마를 향해 “극우 민족주의가 부활했다”며 맹비난을 퍼부었었다.
이번 촛불시위가 미디어다음의 아고라 토론방에서 촉발되자, 88만원세대론의 386 지식인 우석훈은 뒤늦게 “아고라야말로 시민 스스로 통제하는 연대의 공간”이라며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러나 아고라의 여론을 결정하는 주요글은 다음의 직원들이 선정한다는 사실을 그는 애써 감추고 있다. 또한 진중권을 비롯한 386 좌익들이 불과 9개월 전에 우익파시스트라 몰아붙였던 영화 <디워>의 젊은팬들이 모였던 곳도 아고라였다는 점도 모른 체하고 있다.
이러한 386세대 지식인들의 아랫세대에 대한 이중잣대는 역사적이며 상습적이다. 80년 민주화 항쟁이 끝나고 90년대에 들어서자, 인터넷과 대중문화, 그리고 글로벌에 익숙한 신세대가 탄생했다. 신좌파 386세대는 단지 뛰어난 음악 사업가였던 서태지를 신격화시키며, 신세대를 창의와 개성이 넘치는 문화혁명 전사로 묘사했다. 그러나 이들이 꿈꾸던 혁명은 실패했다. 서태지는 이후 더욱 더 상업적인 HOT와 핑클로 계승되었고, 신세대들은 그렇게 대중문화를 즐기며 합리적 문화 소비자가 되었다.
그러자 역시 같은 신좌파 386들은 신세대와 20대를 억지로 구분하여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다는 88만원세대론을 띄운다. 개성과 창의는 내팽겨치고, 하루하루 비정규직으로 연명하는 20대의 상을 사회적 이슈로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비참한 20대가 자신들의 의도만큼 안 따라오니, 이제 10대들을 2.0세대라 부르며 세대운동의 주역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30대 신세대, 20대 88만원세대, 10대 2.0 세대 등, 대한민국의 젊은세대는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너무나 많은 세대명을 부여받았다. 논리는 없었다. 오직 하나의 일관된 법칙은 이러한 세대명을 모두 언론과 학계에서 기득권 패거리를 형성하고 있는 386세대가 원하는 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세대는 인터넷과 광장에서 늘 참여를 해왔다. 중요한 것은 참여의 주제였다. 그 주제가 386세대의 입맛에 맞으면 혁명전사가 되었고,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여지없이 파시스트라 짓밟혔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우리 세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주제는 논의에서 점차 배제되었다.
이번에도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빨리 들여오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386이 장악한 좌파 매체와 방송에서 철저히 묻히고 있다. 특히 촛불시위대가 이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있어도, 보도 한 줄 안 나가고 있다. 또한 오직 국민의 건강만을 위한다면서도, 미국소와 달리 아예 검역체계조차 없는 한국소에 대해서도, 집회를 주최하는 386패거리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이번 촛불의 이슈가 젊은 세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치적 386의 의도대로 끌려가고 있다는 정확한 증거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는 창업과 해외진출로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 이를 막고 있는 주범은 인터넷 경제를 독점한 포털과, 문어발식 확장을 꿰하는 거대 연예기획사이다. 인터넷과 대중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386지식인은 정치투쟁의 목적으로 청년 창업의 주범 포털과, 거대 연예기획사에 종속된 연예인들의 미친소 선동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좌익 386들은 인터넷과 대중문화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젊은 세대가 활발히 사회진출을 하는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 영역의 권력을 키워 정치투쟁에 이용할 것만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번 집회의 주역은 젊은 세대가 아니었다. 이미 모두 윗세대가 기획한 판에 올라가서, 카메라에 잡히는 조연 배우의 역을 했을 뿐이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의 삶과 꿈은 미친소 촛불에 타들어가며, 사회적 의제에서 더욱 더 밀려나고 있다. 세대의 정체성과 세대의 이슈를 아직도 모두 386 지식인들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도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설사 100만명의 젊은 세대가 광장에 모여도, 세대의 비전과 미래는 없다는 점,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특히 사안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못하고, 386 패거리 지식인들의 논리를 비판과 성찰없이 그대로 보도하고 있는 진보매체의 젊은 기자들은 과연 세대의 이익이 무엇인지, 좀 더 공부해보기 바란다. 지금의 진보매체의 젊은 기자들은 같은 젊은 세대의 이익을 팔아 386 지식인들의 기쁨조 노릇이나 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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