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조치병행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명시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미 국무부가 30일 발표한 `테러보고서'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할 것임을 명시한 것은 북한 비핵화 진척이 테러지원국 해제의 핵심요건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 테러지원국 잔류 이유는 = 국무부는 이날 발간된 `2007년 테러보고서'에서 또다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북한은 지난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 이후 테러활동을 지원했다고 알려진 게 없다"면서도 북한이 1970년 제트기(일본 민항기) 납치에 관여했던 일본 `적군파' 소속 요원 4명을 보호하고 있고, 납북된 것으로 확인된 일본인 12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잔류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에 대해 국무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이번 보고서를 통해 미국으로선 아직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단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적군파 요원 보호와 일본인 납북자 문제 미해결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잔류시킨 근본이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데 있어 법적인 걸림돌이 되지 않음을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다.
대신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문제를 북한 비핵화 진척과 연계시켜왔다.
이번 보고서에서 "6자회담 협상의 일환으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조치와 병행하고 미국 법에 규정된 기준에 따라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는 약속을 이행할 의도가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한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
국무부의 이같은 조치는 북한으로 하여금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완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함으로써 북한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를 포기하는 우(愚)는 범하지 않겠다며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북, 언제쯤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될까 = 따라서 현재로선 북한이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는 시기는 전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척 즉 완전하고 정확한 핵프로그램 신고 및 영변 핵시설 불능화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이후 이를 검증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며 검증이 끝나기 전이라도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따라서 미국으로선 북한이 플루토늄 핵프로그램 뿐만아니라 논란이 되고 있는 우라늄농축 핵프로그램과 시리아와의 핵협력에 대해 납득할 수준으로 신고가 됐다고 판단하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절차에 즉각 돌입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앞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29일 기자회견에서 미 행정부가 대(對)의회 브리핑을 통해 북한과 시리아의 핵협력을 사실로 확인한 이유는 북한에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가 긴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을 방문중인 정부 고위당국자는 29일 "미국 뿐만아니라 북한도 북핵 2단계를 완수하고 3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의지가 유달리 높다"며 "내달 말께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 점은 여러 면에서 시사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이르면 내달말께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절차가 가시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북한과 시리아 핵협력에 대한 미 의회 및 행정부 일부의 반발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북한이 작년 9월 이스라엘 공군이 시리아 핵시설을 공격하기 이전은 물론 공격한 이후에도 사태수습을 위해 협력했다는 사실을 들어 북한이 작년에 체결한 6자회담 `2.13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판론자들은 미 국무부가 이번 테러보고서에서 북한과 시리아의 핵협력 관련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적극 공세에 나설 개연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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