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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 현정택 원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 개정을 통한 정부의 추경예산 편성 시도나 중앙은행에 대한 금리인하 압력 등과 관련, 그동안 우리나라가 사회적 합의하에 발전시켜온 시스템의 후퇴 가능성을 우려했다.

현 원장은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만 추경편성을 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을 개정한 것은 분명히 추경편성 여건을 투명하게 하고자 하는 사회적 합의하에 이룬 발전"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의한 금리 결정시스템도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흔들거나 되돌리는 것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으로 '후퇴'라는 시각이다.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등에서 다양한 공직생활을 한 현 원장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거쳐 지난 2005년 KDI원장에 취임했다.

여성부 차관이라는 이색 경력을 가진 현 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분야가 있느냐는 질문에 세계 최하위로 꼽히는 일본보다도 아래인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원장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면 생산인력 부족이나 고령화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가 해결된다며 스웨덴이나 덴마크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필리핀이나 멕시코 수준 정도로는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하반기 경기하강..추경은 아직"

--한국개발연구원은 작년 10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5%, 소비자물가를 2.8%, 경상수지 적자를 26억 달러로 전망한 뒤 아직 하향조정하지 않고 있다. 내달 수정전망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수정할 예정인가.

▲ 수정이라기 보다는 반기 전망을 내놓는 것이다. 10월에 다음해 전망을 하고 5월에 반기 전망을 한다. 연구인력 30명이 동원돼 아직 작업중이나 2.4분기부터는 선진국 경기침체의 영향이 본격화돼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 시절 KDI는 인위적 경기부양에 대해 반대를 명확히 했었는데 새 정부의 경기부양에 대한 KDI의 입장은 무엇인지 밝혀달라.

▲ 법적으로는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등 대내외여건의 중대한 변화나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재정을 투입할 수 있게 돼 있다. 핵심적인 것은 실체적인 경기상태의 심각성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물가압력이 높고, 경기침체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굳이 말하자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다른 나라들 하는 것도 참고해야 한다. 허리띠 졸라매라던 대표적인 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미국 경기가 가라앉으면 전세계가 다 어려워지니까 유례없이 전세계적으로 재정을 통한 부양을 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에 다른 나라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라면 우리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시스템이 후퇴해서는 안된다. 법을 억지로 고쳐가면서 시스템을 다시 뜯어고치는 것은 반대다. 투명성 면에서는 국가재정법을 개정했던 게 발전이었는데 그걸 거꾸로 돌리는 것은 문제다.

추경이나 금리인하는 경기사이클에 관한 문제다. KDI는 잠재성장률에 우선순위를 두고있다. 새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추경이나 금리인하는) 아주 일시적이고 내년에 가면 도로 역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에만 써야 하고 제도 개선 노력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 기획재정부는 한은이 금리를 내려줬으면 하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여러차례 언급했고, 최근엔 금감위원장까지 나서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했는데.

▲ 금리는 물가압력과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물가압력이 높은 상황임은 분명하고 경기침체 가능성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차피 금리를 미국식으로 1%나 0.75%까지 못내린다. 금리인하를 할 경우 0.25%를 올해 한 두 차례 한다고 봐야하는데 먼저하건 뒤에 하건 실제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한 두달 전에 하느냐 뒤에 하느냐하는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 한은도 이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문제인데 한은의 독립성이나 자율성이 시스템에 의한 것이고, 발전이라고 여긴다면 한은이나 금통위의 정책결정시스템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경계해야 될 일이다. 중앙은행이 알아서 판단하게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한국경제 일자리 창출능력 연간 24만개"

--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18만명대로 뚝 떨어졌는데,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또 고용상황 악화에 대한 전망과 대책은.

▲ 추경 등 거시정책을 일자리 창출과 직결시키는 것은 전 정부와 차별이 없고 실제로 불가능하다. 예산을 써서 공공기관 인턴과 같은 일자리를 만들어봤자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 밖에 안나온다. 원래 늘어나는 일자리 수는 경제활동인구의 1% 정도가 적정하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나라의 일자리 공급능력은 24만개 가량이다.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치가 원래 60만개에서 35만개로 떨어졌는데, KDI가 보기엔 24만개를 창출하면 그런대로 하는 것이고 28만∼29만개를 창출하면 상당히 잘하는 것이며, 30만개 정도면 아주 잘하는 것이다. 최근의 일자리 증가세 격감은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 외국인 투자 부진, 방문취업이 허용된 데 따른 것 등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리나라가 취약한 서비스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 우리나라는 서비스업이 주로 여관, 식당, 소매업인데 다른 나라는 통신, 금융, 물류, 의료, 문화산업이다. 여관, 식당, 소매업보다 의료, 교육, 문화 부문이 고용도 창출될 수 있을 뿐더러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의료, 교육 문화를 산업으로 안본다. 중동 사람들이 태국을 찾아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배워야 한다. 교육도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요가 많다.



◇ "산은.기은 정부지분 조기매각 우선"

-- 금융공기업 개혁에 대한 입장은.

▲ 중요한 것은 민영화를 빨리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버는 기업은 민간에 소유경영을 맡기고 돈 못버는 진흥.지원.감독 등을 담당하는 공기업은 지금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조직인가를 따져 조기에 정비해야 한다.

--금융공기업, 특히 산업은행 민영화를 놓고 다양한 견해들이 나오고 있는데.

▲ 언론은 산은이나 기은 민영화에 대해 정부 내부의 이견이 있는 것 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사실 정부 내부에서 이미 교통 정리가 된 사안이라고 본다. 대형화 하고 나서 팔면 가격을 낫게 받을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민영화를 하는 이유는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지 돈을 많이 받으려는 게 아니다. 조기매각에 우선점을 둬야 한다.



◇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높아져야"

-- 이명박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분야가 있다면.

▲ 교육.의료 문제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일본보다도 아래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야 한다. 스웨덴이나 덴마크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필리핀이나 멕시코 수준 정도로는 높아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이 지나고 있는데, 국정 전반에 대한 평가는.

▲ 정부조직개편은 짧은 시간에 참 잘 됐다고 본다. 10여년간 미뤄왔던 숙제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었던 쇠고기 문제도 저항이 아주 심해 결단이 쉽지않았을텐데 잘 처리됐다. 세제 쪽은 전반적으로 부양이다 아니다를 떠나 세율 자체를 내리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단기적으로 경제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진 일류국가를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시스템을 고쳐나가는 것에 주안점을 뒀으면 좋겠다. 잘 정비된 것은 그대로 밀고 나가면서 규제완화와 민영화, 근본적인 체질 개선 쪽에 중점을 뒀으면 한다.



◇ "삼성,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삼성의 최근 쇄신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전략기획실이 없어지는 것, 인적 쇄신, 개별회사의 책임이 커지는 것 등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본다. 국내외에서 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삼성이 옛날로 회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쇄신안에서는 경영권 승계 문제가 언급이 안됐는데, 글로벌 기업 삼성이 혈통에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을 어떻게 보나.

▲ 3세, 4세, 5세에 경영권을 승계해 가면서 글로벌 기업을 유지할 수는 없다. 혈통에 대한 승계가 반드시 나쁜 것이라곤 할 수 없지만 대를 이어 우수경영인이 계속 나올 확률은 매우 낮다. 글로벌 기업이 됐으면 전문경영인 시스템으로 가야한다. 마찬가지로 몇 십개 기업을 뒤에서 컨트롤하는 황제식 경영 시스템도 글로벌 체제에서는 어렵다.

--IMF를 겪으면서 세습.족벌 경영의 폐해와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는데 따지고 보면 변한게 별로 없는 것 아닌가.

▲오너가 회사를 움직이는 경영스타일에 있어서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앞으로는 대기업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지분을 관리하고 경영권을 넘기는 행위는 절대 못할 것이다. 기업지배구조도, 황제경영시스템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본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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