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의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가 26일 오전 군중들의 시위 등으로 혼란한 가운데 나가노(長野)현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성화 봉송 주자 가운데 한 명인 탤런트 하기모토 긴이치(萩本欽一)가 달리던 중 군중 가운데 한 명이 연막탄을 던지고, 베이징 올림픽 일본 탁구 대표인 후쿠하라 아이(福原愛) 선수가 달리던 중 코스에 뛰어들던 남자 등 모두 5명이 현지 경찰에 체포되는 등 적지 않은 소동 속에 마무리됐다.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이날 성화 봉송 행사가 진행되는 도로 주변에는 중국인 응원단과 티베트 지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며 4명이 경상을 입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러나 경찰은 3천명 이상을 동원해 성화 주변을 에워싸는 방식으로 경비에 나서면서 당초 예정대로 4시간 만에 행사가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5대륙을 돌며 평화 축전 무드를 고조시키는 성화 봉송의 참 뜻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나가노현에서 봉송 행사가 마무리된 뒤 성화는 신칸센(新幹線) 편으로 도쿄로 옮겨졌다. 성화는 이날 밤 하네다 공항에서 항공기 편으로 다음 봉송지인 한국으로 이송된다.
젠코지(善光寺)에서 변경된 인근 나가노현 근로자복지센터 자리에서 출발식을 한 뒤 첫번째 주자인 호시노 센이치(星野仙一) 올림픽 야구대표 감독이 봉송에 나섰다. 이어 아테네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요시다 사오리(吉田沙保里) 등 총 80명이 나가노역과 나가노 올림픽경기장 등 약 18.7㎞를 완주했다.
출발식에는 일본 올림픽위원회 다케다 쓰네카즈(竹田恒和) 위원장과 추이톈카이(崔天凱) 주일 중국대사 등이 참석했으나 일반인의 출발식 참석은 보안상의 이유로 금지됐다.
나가노현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5분께 나가노역 앞에서 하키모토가 성화 봉송을 할 때 한 남자가 군중들 사이에서 종이와 연막탄을 던졌다. 경찰은 이 남자를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후쿠하라 선수가 성화를 봉송하던 오전 9시 6분께는 도로 주변에서 티베트 깃발을 든 동양계 외국인 남자가 코스로 뛰어들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나가노역 앞에서도 코스로 뛰어들던 남자가 경찰에 잡혔고 성화 봉송 행렬에 계란을 던진 사람 등도 역시 체포됐다.
이날 성화 주자들은 투명한 방패를 든 스포츠웨어 차림의 기동대원 5명이 둘러싸인 채 달렸다. 또 이들의 양측에는 50명 가량의 기동대원이 함께 달렸다. 성화를 관리하는 파란색 옷을 입은 중국인 요원 2명도 함께 달렸다. 도로 주변과 나가노역 앞에는 전국에서 모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붉은 중국기를 흔들며 응원했다.
당초 성화 출발지로 정해졌던 사찰 젠코지에서는 이날 오전 재일(在日) 티베트인 20여명과 지원단체 회원, 승려 등이 모인 가운데 지난 3월 이후 티베트 자치구에서 발생한 시위 폭력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희생자들에 대한 추도법요가 열렸다.
또 '국경 없는 기자단'의 로베르 메나르 회장 등 이 단체 회원들도 젠코지 정문에서 15분 가량 티베트의 인권탄압에 대한 항의 농성을 했다. 이후 이들은 성화 봉송 코스로 옮겨 수갑 모양을 그린 깃발을 들고 항의 시위를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 단체들이 이들에게 항의하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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