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별관 불명예 '1위'…정부청사ㆍ법원ㆍ검찰청ㆍ경찰서도 골고루
단속경찰 보자 '황급히' 안전띠…단속 불만에 내빼기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21일 아침 서울시내 주요 공공기관 앞에서 실시된 경찰의 안전띠 미착용 일제 단속에서 많은 공무원이 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운전대를 잡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서울 전역에 있는 관공서 앞에서 실시된 안전띠 미착용 일제단속에서 모두 91건이 적발돼 23건에 범칙금이 부과됐고 68건은 '교통질서협조요청서'로 따끔한 계도를 받았다.
기관별로 보면 시청별관 앞이 13건으로 안전띠 미착용 사례가 가장 많았고 정부종합청사ㆍ서울경찰청, 광진구청ㆍ동부지검, 동대문구청ㆍ경찰서, 강남우체국이 각각 10건을 기록해 미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서울중앙지법ㆍ지검 9건, 경찰청과 국방부 각 4건, 국회와 강북구청, 강동구청ㆍ경찰서, 남부지법 등이 각 3건으로 뒤를 이었으며 송파구청과 도봉구민회관, 선거관리위원회, 마포구청은 각각 1∼2건씩 적발됐다.
이날 관공서로 출근하는 운전자들은 경찰관들이 관청 출입구 앞에서 단속을 벌이자 안전띠를 황급히 매거나 경찰에 적발된 뒤 잠시 선처를 호소하다 범칙금 납부서를 받아들고 사무실로 향하는 등 다양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부 운전자는 경찰이 법칙금 납부서가 아닌 단속 첫날 계도용으로 발부하는 '교통질서협조요청서'를 발급받자 졸이던 마음을 놓으며 반색하기도 했다.
이날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단속에 걸린 50대 운전자는 "급하게 나와서 안전띠를 매지 못했다"며 선처를 부탁했고 체어맨을 몰던 한 변호사도 "평소 교통법규를 제대로 준수하는 데 사무실이 앞이라…"며 슬며시 말꼬리를 흐렸다.
일부 운전자는 경찰의 일제 단속이 마뜩지 않은 듯 차량을 반대로 돌려 관공서 입구를 돌아가거나 단속 경찰관에게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옵티마 승용차 운전자는 "집이 근처라 매려고 했는 데 못했다"며 "아무리 집중단속기간이라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볼멘소리를 털어놨다.
검찰청으로 향하던 한 SUV차량 운전자는 경찰에 적발된 뒤 단속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몰려들자 차에서 내려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교통경찰관 3명이 단속에 나선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입구에서도 한시간동안 여러명의 안전띠 미착용 운전자가 잇따라 적발됐다.
짙은 선팅을 한 차량들이 이어져 경찰이 단속에 애를 먹기도 했고 안전띠 미착용으로 불러세우면 주차장으로 내빼는 얌체운전자 때문에 곯머리를 앓기도 했다.
청사 주차장 입구를 통과하려던 한 쏘나타 운전자는 경찰이 단속을 위해 제지했지만 곧장 주차장으로 차량을 몰았고 입구를 지키던 경비원들은 오히려 경찰과 기자들에게 '물러서라'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한 고위간부를 태운 체어맨승용차 운전기사는 안전띠 미착용이 적발되자 "물건을 사려고 잠깐 내렸는데 가까운 거리라서 안 매고 왔다"며 변명을 둘러대다 계도장이 아닌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받았다.
한 단속경찰관은 "그래도 홍보가 잘 돼서 그런 지 생각보다 위반사례가 많지는 않았다"며 "새 정부가 한해동안 기초질서를 바로 잡겠다고 한 만큼 공무원을 비롯한 시민들의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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