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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참여'가 님비 해결 '윈-윈' 방안



(하남=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1989년 미국 뉴욕시는 시(市) 헌장을 개정하면서 공평부담기준(Fair Share Criteria)을 만들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도시 시설을 신설, 확장, 축소, 폐쇄하려는 계획자는 그 사업이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과 지리적 위치의 타당성 등을 미리 주민들에게 발표해야 한다.

거짓 없이 주민에게 사실 그대로를 알리고 적극적인 주민 참여를 유도해 불공정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 국내외 `님비 극복' 사례 = 뉴욕주의 브룸시(市)에 투자규모 6천900만 달러의 폐기물 소각로가 설치될 때 시설 예정 부지인 커크우드 지역은 이 시설을 허용하는 대신 600만 달러의 직접 보상을 받았다.

같은 주의 톰킨즈시(市)는 쓰레기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새로운 매립지를 만들면서 혐오시설 입지에 따라 주민들이 입게 될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보험에 들었다.

쓰레기매립장이나 핵폐기물처리장처럼 사회에 꼭 필요한 시설을 혐오.기피시설로 보는 것은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적절한 보상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다른 점이다.

일본 무사시노시(市)가 1984년 지역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쓰레기소각시설을 설치하고 캐나다 온타리오주(州)가 주민-공무원-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아 핵폐기물처분장 입지를 결정한 것은 '님비(NIMBY)'로 일컬어지는 지역 이기주의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바로 '주민참여'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무사시노의 경우 지역 전체가 이미 도시화가 돼 시(市)가 소각시설 후보지를 선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자 시민들이 '청소센터 건설 시민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고 시와의 협의를 통해 소각시설을 받아들였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의 입지 선정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자발적으로 모인 주민, 시설계획입안자, 전문가그룹, 공무원 등과의 논의를 통해 처분장 입지를 결정했다.

공평한 부담과 적절한 보상, 주민의 참여 등을 통해 집단 이기주의 문제를 해결한 선진국의 사례가 분명 부러운 일이긴 하지만 님비해결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굳이 외국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지역적으로 인접한 서울 구로구와 경기도 광명시는 2000년 4월 광명에 있는 소각장을 공동 이용해 구로구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광명시는 서울시 하수처리장을 이용키로 하는 내용의 협약을 공식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광명시는 신규 하수처리장 건설비용 1천600억 원을 절감했고 구로구는 소각장 건설비용 630억 원을 절감한 데 이어 소각장 건설에 따른 민원까지 해소했다.

비슷한 사정을 안고 있는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에 이른바 `환경시설 빅딜모델'을 처음 제시한 것이었다.

19년 동안 9차례나 좌절되는 진통을 겪었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부지를 경주시가 89.5%라는 주민찬성률을 기록하며 유치한 것도 님비 해결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부안군이 위도에 방폐장을 유치하려다 주민 폭력사태까지 겪었던 데 반해 경주시와 시의회는 반대하는 주민 2만여 명을 원전시설에 차례로 견학시키는 등 꾸준한 대화와 설득을 통해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 여전히 계속되는 `님비 갈등' = 하지만 항상 성공적인 님비해결 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년째 해결되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이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컨대 인구 14만 4천여 명에 불과한 경기도 하남시는 작년 1년간 광역화장장 유치 문제로 시장과 반대 시민들이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경기도가 공모한 광역화장장을 유치하는 대가로 2천억 원을 받아 낙후된 도시발전의 종잣돈으로 쓰겠다'는 시장과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독단적이고 졸속으로 행정을 추진한다'고 비난하는 시민들이 맞서 날선 대립을 이어갔다.

연일 촛불,삭발시위가 벌어졌고 고소.고발이 난무했으며 가까웠던 이웃들끼리도 의견대립으로 등을 돌렸다. 오만한 시장을 끌어내리겠다고 힘을 모은 주민들은 결국 전국 최초로 주민소환투표까지 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시장에 대한 소환이 무산되면서 양 측의 갈등이 일단락됐지만 장기간의 소모전으로 시정(市政)은 표류했고, 찬반 대립 속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민심은 아직도 예전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도 대한주택공사와 함께 2006년부터 교하읍 운정택지개발지구에서 130t 규모의 소각장 건설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다이옥신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오염물질 배출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주공은 지난해 말 소각로 용량을 60t으로 줄이기로 결심했고 사업 추진 2년 만인 최근에야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낼 수 있었다.

◇ "해결책은 없나"..주민참여가 해법 = 이 처럼 사회에 꼭 필요한 시설이면서도 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이른바 `혐의시설' 문제를 해결하고 `님비현상'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님비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발생원인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04년 환경부가 내놓은 '님비발생 및 해소사례집'에 따르면 님비 사례의 77.7%가 예정부지 주민들의 원천적 반대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 당국의 충분한 홍보와 여론수렴 부족, 계획 과정에서의 주민참여 배제 등으로 주민들의 불신감이 커지면 혐오시설에 대한 원천적 반대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국민생활 수준의 향상에 비례해 급격히 높아진 쾌적한 환경 욕구, 위험시설에 대한 잠재적 공포감, 혐오시설 입지에 따른 인근 토지.주택 가격 하락 등이 `님비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갈등학과) 강영진 교수는 "주민들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혐오시설 부지를 선정하면 주민 반대를 촉발할 수밖에 없는 만큼 사업추진 과정에 주민을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른바 '밀실행정', '탁상행정', '밀어부치기식 행정'이 공공분쟁의 주범"이라며 "미국의 분쟁해결 전문가들은 'NIMBY(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에는 어떤 것도 절대로 안된다)'를 'NIMBI(Now I Must Become Involved:이제 나도 참여해야겠다)'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기까지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분쟁연구소의 신창현 소장도 주민 기피시설을 설치하려는 공공기관이 기피시설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하는 주민들을 협상의 상대방으로 존중해 계획의 입안 단계부터 주민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신 소장은 "중립적 제3자에 의한 님비해결 절차를 제도화하고 정부와 지자체장이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조정자형 리더십을 함양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분쟁해결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유기적인 님비해결 시스템의 구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결국 님비현상은 정책당국의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절대 해결되지 않고, 상호 존중과 대화, 주민 참여 등을 통해 `윈-윈'의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진다는 얘기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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