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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와 소비자의 뒤통수를 친 이통사

인수위까지 물먹이고도 오히려 생색내는 이동통신업체들


그동안 이명박 정부 인수위의 각종 정책과 제안은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는 국민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휴대전화 요금 인하 문제다.

인수위는 애초 기본요금 인하를 비롯, 다양한 방안을 통해 국민들의 휴대전화 요금 지출을 20% 줄이도록 하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기업들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이는 기업들의 활동에 도움을 주겠다던 이명박 당선인의 말과는 배치되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공은 이동통신사들에게 넘어갔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이동통신사들이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의 요금인하는 아예 고려하지 않고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정책만 내놓은 것이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은 지난 5일 새로운 요금할인정책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4인 가족의 합산한 가입기간이 20년을 넘을 경우 기본요금 10%와 통화요금 50%를 할인해 주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한 해 4천억원 가량의 손실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이통사들은 이런 SK텔레콤의 발표에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자신들은 전혀 새로운 요금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LG텔레콤은 오는 4월 전면적인 요금제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KTF는 모기업인 KT와 함께 결합상품을 통한 할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은 얼핏 소비자들이 앞으로 저렴한 요금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준다. 그러나 이런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사실 이동통신사들이 요금할인‘정책’이라고 발표하는 건 일종의 할인요금‘상품’에 불과하다. 이들이 새로 내놓은 ‘상품’은 ‘그동안 저희가 여러분 덕에 돈을 많이 벌었으니 할인해 드리겠습니다’가 아니라 ‘이번에 새로 좋은 상품 나왔으니 많이 쓰고 돈 더 많이 내세요’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해 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게 비싼 휴대전화 요금, 요금에 대한 자세한 안내 없이 아동들에게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게 홍보한 후 수백만원의 요금이 나왔던 사례들, 해외로밍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요금이 저렴한 다른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음에도 별도 안내 없이 요금이 비싼 자기 계열사로 연결하기 등의 사례는 이미 언론을 통해 수차례 알려졌다. 그러나 그 때마다 이동통신사들은 소비자를 탓하며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뻔뻔스러움의 원인은 과연 뭘까? 기자는 이동통신업체들의 ‘공급자 중심 사고방식’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사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욕을 먹고 불만을 사는 이유 또한 대부분 ‘공급자 중심 사고방식’ 때문이다. 그런데 이동통신업계는 이런 사고방식이 강하다.

휴대전화가 만들어지는 단계에서부터 유통되는 단계, 사용하는 단계, 폐기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요구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휴대전화를 만들 때는 소비자의 편의나 요구는 사라지고 업체들의 기술력 자랑과 이동통신사들의 요구만 반영된다. 그러다보니 실제로는 별 쓸모도 없는 몇백만 화소짜리 카메라, 캠코더가 들어가고 가격은 수십만원을 훌쩍 넘는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몇백, 몇천원 짜리 최신형 휴대전화는 꿈같은 이야기다.

유통되는 단계에서도 이동통신사들과 유통업자들 간의 불공정 거래가 판을 친다. 사용할 때는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문자 메시지 요금이나 기본요금 할인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미성년자들을 미혹해 수십만 원의 요금이 나오게 한 후에는 그 부모에게 민사적인 책임을 묻는다. 요금 징수에 있어서는 인정사정없다.

비싸게 구입한 휴대전화를 폐기할 때도 ‘본전생각’ 나게 만든다. 어디서 받아주기는커녕 ‘휴대전화 수거함’에 그저 넣을 뿐이다. 이처럼 휴대전화 관련 사업 어디서도 ‘소비자의 권리’는 없다.

그런데도 이런 휴대전화 관련업체들이 그동안 정부에게 ‘첨단산업업체’로 인정받으며 ‘잘 먹고 잘 살았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IT관련 정책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때문에 과거 이동통신사들의 컬러링 서비스나 벨소리 서비스와 관련해 심각한 수준의 비리가 있었어도 묵인되었던 건 아닐까?

SK텔레콤의 이번 ‘정책형 신상품’ 발표는 소비자 뒤통수만 친 게 아니다. 인수위도 ‘친한(friendly)’ 기업에게 정확하게 ‘뒤통수를 맞았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은 ‘시장 친화적 정책’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당선인 또한 경제인들과의 여러 차례 만남을 통해 경제에서 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기업=시장’은 아니다. 시장경제를 구성하는 데 기업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소비자다.

이명박 정부가 이번 이동통신업체들의 ‘뒤통수치기’와 잘못된 관행을 살펴 ‘왜곡된 휴대전화 시장질서’를 정상화시켜 주기를 기대해 본다.

프리존뉴스 전경웅 기자(enoch@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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