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왜 탈당했습니까, 묻는 패널들
15일밤, KBS 심야토론에서 황당한 주제와 패널들로 구성된 토론을 선보였다. 주제는 <범여권 통합 어떻게 되나?>인데, 패널들이 미래창조연대의 정대화 상지대 교수를 제외하곤 모두 열린우리당 출신들이었다.
열린우리당의 윤호중 의원, 통합민주당의 장경수 의원, 국민경선추진위원회의 이목희 의원, 손학규 전 지사 측의 조정식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국회에 입성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 세 명이 탈당한 신분으로 등장한 것이다.
미래창조연대의 정대화 교수도 그가 토론회에서 주장한 대로 순수한 시민운동가는 아니다. 그는 2003년 시민정치네트워크를 만들어, 훗날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한 정청래 의원의 국민의 힘 운동을 측면 도왔다. 또한 2004년 탄핵 당시 물갈이연대 집행위원장을 맡아, 국회의원 고유의 판단영역이 탄핵찬성 의원들의 낙선운동을 주도했다. 그 역시 이른바 범 열린우리당 계열의 정판에서 놀 만큼 놀았다는 것이다. 결국 다섯 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모여서 통합을 하니 마니 소란을 떤 셈이다.
패널 구성이 이렇다보니, 토론회 도중 장경수 의원이 조정식 의원을 향해 “왜 우리가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는지 설명해보라”고 요구하고, 이에 이목희 의원이 “통합을 위해 탈당한 것 아니냐”고 답하는 코메디성 발언이 이어졌다. 끝내 통합을 위해서 열린우리당을 해체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장경수 의원에 대해 “장의원도 열린우리당 출신 아니냐”며 윤호중 의원의 면박도 이어졌다. 이러한 토론을 지켜본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들은 각자 다 국민의 이름으로 통합 논리를 펴나갔다. 특히 이목희 의원은 “이미 대통합은 대세이고 필연이다. 우리의 지지자들은 조건 따지지 말고 바로 통합라고 요구한다”며 국민의 이름을 팔았고, 이를 반박하는 장경수 의원 역시 국민의 이름을 판 것은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이들은 돌아가면서 어차피 대선은 민주화세력과 수구세력의 싸움이고, 반드시 수구세력의 집권을 저지해야한다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진보국민과 보수국민이 따로 있나
이들의 논리의 가장 심각한 오류는 국민을 자신들 마음대로, 진보 국민과 보수 국민으로 나누어놓고 생각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50%의 국민이 있고, 진보세력을 지지하는 50%의 국민이 있으니, 우리끼리만 합치면 승부가 가능하다는 공학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돌려서 생각해보라. 다섯 명의 열린우리당 출신들이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봇따리 싸서, 흩어진 다음, 그들이 다시 공중파 토론회에서 한자리에 모여, 국민이 원하니 대통합자고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아는가? 저런 사람들에게 표를 국민들이 대체 얼마나 있을까?
손학규 전 지사 측의 조정식 의원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간의 관계는 분당이라는 구원이 있으니 빨리 감정을 풀라는 독촉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통령을 만든 여당을 대통령이 주도해서 깨고 나간 행위가 얼마나 반민주적인 정치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드시 따져야 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지사는 15년 간 한나라당에 충성하다 대선을 8개월 앞두고 갑자기 탈당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을 수구정당으로 몰아세운다. 이런 사람이 대통합 신당 만들어서 운좋게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었다 치자. 그 정당이 자기 마음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집권하자마자 또 당 깨고 신당 창당한다 나서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통합신당 만들면, 그때부터는 절대 탈당 안 할 건가
손학규 전 지사 뿐이 아니다. 이들은 새로 만들 신당이 노무현 정권을 승계하는지조차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세력은 여당이라 그러고 통합민주당 측은 여당이라 그러고, 손학규 전 지사 측은 그게 여당인지 야당인지 구분도 못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끼리 당 만들어 급조해서 경선을 치른다 치자. 정상적인 경선이 되겠는가? 그리고 그 패배 세력들이 그 당에 남아 대선 때까지라고 끝까지 당을 지킨다는 보장이 있는가?
벌써 대선 앞두고 탈당을 밥먹듯이 해온 사람들이다. 단도직입적으로 통합신당에서 유시민이 대선후보로 선출되어, 노무현 정권 부정하는 세력들 총선에서 다 숙청하겠다고 나와도, 그대로 당에 남아있을 사람 한 명이라도 있겠는가? 손학규 전 지사부터 그 당에 남아 있을 자신있는가?
대한민국 국민들은 노대통령의 분당, 탄핵, 총선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똑똑해졌다. 그 결과가 열린우리당의 재보선 44:0 전패, 지자체 전패이다. 이런 국민들을 앞에 놓고, 열린우리당 출신 다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통합논의하는게 공중파에 그대로 나가도, 진보 국민 50%가 그대로 표를 줄 거라 믿는 그들의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다. 또한 이미 탄핵 때 어용시민단체로 낙인 찍혔던 사람이 대선 앞두고 다시 시민운동가 타이틀 갖고 새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모습, 이런 행태야말로 그들이 척결하겠다는 구정치의 잔재이다.
정말 대선 승리하고 싶으면,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정권의 자산과 부채를 승계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고, 통합민주당은 중도 야당으로서 국민의 지지를 끌어들이고, 손학규 전 지사는 백의종군의 자세로 쓸데없이 정치권에 어슬렁거리지 않는 게 좋다.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국민들 앞에 나서면, 보수국민 50%가 아니라 80%의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몰표를 주는 수가 있다. 이미 그것은 지자체 선거 때 경험해 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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