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투자 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100만달러로 묶여 있는 투자 목
적의 해외부동산 취득 한도를 300만달러나 그 이상으로 확대하고 해외직접투자와 관
련된 절차 등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주요 내용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100만달러 이내에서 투자 목적으로 해외부동산을 취득하는 것
을 허용한 지 7개월여만에 다시 외환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수출 호조 등으
로 넘쳐나는 달러가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 환율 방어와 부동산 안정이
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가 있다.
그러나 해외 부동산 시장 역시 '거품' 경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외환이
지나치게 많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환율.부동산 문제 고려한 '다용도 카드'
정부가 지난해 7월 이후 계속 해외 부동산 취득 한도를 높이는 것은 달러의 해
외 유출을 촉진함으로써 만성적인 외환 '초과 공급'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11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총 2천342억6천만달러로, 지난 한달 동안
무려 48억달러가 늘었다.
최근 외환자유화 방안이 잇따라 발표됐지만, 외환 보유액은 지난 6월 3억3천만
달러 줄어든 것을 제외하고 5개월 연속 증가세다.
넘쳐나는 달러는 무엇보다 급격한 원화 절상을 초래해 우리나라의 수출 기반 자
체를 위협하고 있다.
5일 장중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년여만에 가장 낮은 926원대까지
폭락했다.
또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의 기회를 늘려주면 환율 안정 효과 뿐 아니라 원화
가 달러화로 교환되는 과정에서 국내 유동성이 흡수되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해외 부동산 취득 규제 완화는 경제.사회적으로 환율과 부동산
과열 문제가 가장 큰 현안으로 대두된 시점에서 정부가 생각할 수 있는 매우 요긴한
카드인 셈이다.
일단 이번 한도 상향조정으로 해외 부동산 취득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개인들이 취득한 해외부동산은 총 794건, 3억437만달러
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29건, 932만달러에 비해 건수는 27배, 금액 기준으로는 33
배에 이르는 규모다.
정부의 기대대로 해외부동산 직접 투자가 급증할 경우 외환 수요가 늘어 환율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해외 부동산 버블 등 부작용 우려
전문가들도 해외투자 활성화가 급격한 환율 하락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
대하고 있지만 해외 부동산 버블 등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
오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환율이 하락한 것은 외환시장에 달
러화 공급이 과도했던 반면, 빠져나갈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달러화를 밖으로
내보낼 길이 많아지면 중장기적으로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게 된 것은 우리 능력보다 빠르게 외환
시장을 열었기 때문"이라며 "해외 투자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우리 경제의 펀더멘
털이 어려워질 경우 자본이 급격히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
붙였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원.엔 환율이 하락한 것은 글로벌
달러 약세도 원인인데, 달러 약세는 곧 미국 부동산 등 매입 자산 가치의 하락을 의
미한다"면서 "이미 미국에서 일부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조정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잘못 투자할 경우 막차를 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 역시 지난달 "최근 미국 지역 등 세계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 등에 따라
부동산 거품 경고가 계속 언급되고 있다"며 "해외 부동산 투자자, 특히 투자목적의
취득인 경우 신중한 자세가 요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일부에서는 해외 부동산 한도 확대가 탈세 목적의 자산 해외 반출을 부
추길 수 있어 사후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기자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