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중앙고 학부모들, 정부청사서 침묵시위
(과천=연합뉴스) 심언철 기자 = 7일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대운동장.
올 들어 한미 FTA 협상과 의료법 개정 등 굵직한 쟁점들로 인해 거의 매일같이 시위가 끊이지 않던 이 곳에 100여명의 중년 여성들이 조용히 모여앉아 있었다.
저마다 가위표가 그려진 마스크를 하고 '우리 아이들 공부 좀 하게 해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앉아있는 이들은 과천 중앙고등학교 학부모들.
정부과천청사 앞 운동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연중 시위 소음에 시달리는 중앙고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는 침묵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3학년의 대입수능모의고사가 치러진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집회를 연 뒤 1.2학년 전국연합학력고사가 있는 13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침묵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들이 집회신고를 낸 것은 시험날만이라도 아이들이 조용하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집회장소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의료법 개정, 한미 FTA 관련 집회와 이로 인한 소음으로 '수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시험때도 집중이 안된다'는 아이들의 하소연이 이어지자 학부모들은 학부모와 학생 1천600여명의 탄원서명을 받아 경찰서에 제출하는 한편 시험날에 맞춰 직접 집회신고를 냈다.
이날 집회에는 3학년 학부모가 주축이 된 120여명의 학부모들이 도시락까지 싸 가지고 와 아이들을 위한 4시간여의 '고생'을 자처했다.
회사에 다니는 일부 학부모들은 회사에 월차와 휴가를 내고 집회에 참여할 정도로 자녀 교육에 대한 이들의 걱정과 관심은 컸다.
3학년 학부모 이경휘(47.여.회사원)씨는 "'3년동안 소음 때문에 여름 내내 창문도 못 열어놓고 수업을 한다'는 아이의 불평을 들어왔다"며 "이렇게 집회를 해서 조금이나마 개선이 된다면 매달 월차를 내고라도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청사 앞에서 17년째 모범택시 운행을 하고 있는 윤종호(54)씨는 "연중 내내 시끄러운 소음이 끊이지 않는 곳인데 학부모들이 침묵시위로 조용해지니 살 것 같다"며 "학교와 관공서가 밀집한 곳에서 앰프와 확성기 사용 등으로 인한 지나친 소음은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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