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서 극장가가 썰렁해졌다. 영화 관계자들은 영화관객들이 증발해 버렸다고 하소연이다. 더욱이 기대했던 수능특수도 별다른 재미를 못봤고 대형 간판스타들의 작품도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11월 영화성적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다. 11월부터 12월 3일까지 박스오피스(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를 보면 김수로가 주연을 맡은 ‘잔혹한 출근’이 34만명, 문근영 주연의 ‘사랑따윈 필요없어’가 42만명, 김사랑의 섹시함을 내세운 ‘누가 그녀와 잤을까’가 34만명, 백윤식과 봉태규의 코믹연기가 일품이라던 ‘애정결핍이 두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46만명, 설경구, 조한선이 열연한 ‘열혈남아’가 46만명, 김래원 주연의 ‘해바라기’가 67만명 관객을 동원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외면하는 것일까? 올해 영화성적을 보면 ‘그렇지 않다’다. 올해 최고의 화제를 낳았던 ‘괴물’을 비롯해 ‘한반도’ ’각설탕’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타짜’등의 영화들은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형 스타들을 내세워 압도적인 마케팅을 펼친 11월의 영화들이 저조한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더 이상 한국영화시장에서 ‘스타=흥행’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여동생 문근영과 대배우 설경구도 외면당한다
또한 어느 한명의 연기력으로 영화가 흥행되던 때도 지나갔다. 설경구, 조한선, 문근영, 김수로, 백윤식등 쟁쟁한 스타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영화’로서의 성적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영화라는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대중들은 ‘영화’가 ‘영화’로서 ‘영화’답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민이 인정하고 좋아하는 스타가 출연했다 할지라도 영화로서 매력과 작품성이 없다면 과감히 버려진다는 뜻이다.
대중들은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영화가 발빠르게 DVD, 비디오등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반드시 극장에서 영화를 소비해야 할 이유가 없다. 대중들로 하여금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게 하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대가로 지불하는 것은 ‘재미’와 ‘감동’이다. 대중들은 이 두가지를 얻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 그런데 대중들이 ‘재미’와 ‘감동’을 얻기 위해 7-8000원을 지불하고 2시간 가까이 숨죽여 집중하고 있는데 그 두가지를 얻지 못한다면 관객들 입장에서는 ‘돈 아깝고’ ‘힘만 들고’ ‘짜증나고’의 3고를 ‘재미’와 ‘감동’대신 갖게 된다.
이제 관객들은 단순히 대형스타가 출연하고 많은 제작비를 들여 제작한 영화를 보기 위해 지갑을 열지 않는다. 또한 케이블을 통해 각종 영화, 드라마등의 콘텐츠가 대중들 앞에 펼쳐져 있다. 또 휴대전화 4천만 가입시대에 이동통신사들의 각종 할인혜택도 사라져 관객들은 영화 관람을 위한 선택에 매우 신중해졌다.
인터넷을 통해 영화정보를 검색하고 각종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영화평을 본다. 영화라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사전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각종 이벤트나 할인혜택보다는 실질적 구매상품인 영화를 고품질로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크리스마스등 본격적인 이벤트의 달인 12월, 김태희, 정우성 주연의 독특한 소재영화 ‘중천’과 정지훈, 임수정, 박찬욱 세사람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홍콩을 대표하는 서기의 ‘조폭마누라3’등의 영화들이 12월의 극장가를 풍성하게 할 수 있을는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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