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성희기자]중국 광저우에 있는 한 미디어회사의 회계사인 존슨 첸(30)은 공상은행(ICBC)의 'VIP' 고객이다.
2005년 말 은행측이 무료 개인재무설계를 해 주겠다며 4만달러를 예금하라고 했을 때 첸은 자신이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현재 그의 월 평균 카드 사용액은 1300달러. 은행의 최상위 서비스를 받을만한 우량고객이 된 셈이다.
중국에 신흥 부자가 늘면서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씨티은행은 최근 외국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상하이와 베이징 지점에서 PB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소 1000만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한 이들이 그 대상이다.
중국은행(BOC)도 현재 100~200명의 PB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은행측은 최소 100만달러의 자산을 자격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현재 PB 고객의 평균 자산은 65만5000달러 수준이다.
과거 PB 업무에 대한 경험이 없는 중국은행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손잡고 PB 업무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12~18개월 안에 당국의 승인이 나면 양측은 PB 사업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렇듯 중국 은행들이 PB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경제 성장으로 신흥 부자층이 늘어난 데다 지난 3월 물권법이 통과되면서 중국에서 부 축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릴린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순자산 100만달러를 가진 중국인은 32만명으로 이들의 자산을 모두 합하면 1조5900억달러에 달한다. 순자산이 3000만달러를 넘는 이들은 약 454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씨티그룹의 PB 사업부 대표 앤드류 텅은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소위 최고경영자들의 '기업가 문화'라는 게 생기면서 과거와 다른 수준의 부가 창출되고 있다"며 "10년 내에 중국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가장 큰 PB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된 것도 PB 사업 성장의 또 다른 이유다. 중국 은행들은 순익의 90%를 이자 수입에 의존했으나 당국이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더 이상 예대 마진으로 순익을 낼 수 없게 됐다.
JP모간체이스의 중국 주식부문 대표 징 울리히는 "앞으로 중국 은행은 PB와 신용 카드, 소비자 금융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중국은행과 같이 은행들이 PB 자격 조건을 순자산 100만달러로 완화해 가치가 다소 퇴색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중국 은행이 투자 범위가 제한돼 PB가 상대적으로 미성숙하고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중국 은행들은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본토 증시에 투자할 수 없으며, 최근 들어 일정 액수만 해외 증시에 투자하도록 허용됐다.
박성희기자 star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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