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수빅(필리핀)=강기택기자][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5만여명 직.간접 고용효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위치한 울산을 한 외국기자가 '현대시'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 같은 발상을 따온다면 필리핀 수빅에는 '한진시'가 생기게 된다. 미국의 해군기지가 있던 곳이 조선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현지 한인신문인 '마닐라서울'에 외환은행 본부장출신 김연근 씨가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현재 필리핀에서 4000여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2~3년내 3만명을 직간접 고용하게 되고 관련산업의 전후방 연관효과는 5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완공될 경우 연간 35억 달러를 수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지난해 필리핀 전체 수출액이 500억 달러임을 감안할 때 단일기업으로서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1973년 국내 업체로는 처음 필리핀에 진출했던 '한일개발'(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의 전신)은 현대,삼성 등이 테러위협으로 철수하는 와중에서도 현지에 남아 공사를 진행했고 여기에다 조선소까지 짓게 되면서 필리핀인들에게 더욱 친숙한 기업이 됐다.
필리핀에서 한진중공업이 갖는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일화 하나. 한진중공업의 고위임원이나 선주들이 방문할 경우 경찰이 교통순찰대를 보내 에스코트할 정도로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처럼 35년간 '필리핀'이라는 자신만의 텃밭을 가꿔 온 기업이 한진중공업이다.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유력한 조선소 후보지를 제쳐 놓고 필리핀으로 결정한 것도 그동안의 공사와 인력운용 경험 등의 막대한 '무형자산'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 또한 전격적으로 한진중공업을 밀어주고 있다. 한진중공업에서 양성한 인력은 대통령령으로 묶어서 이탈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즉 대통령시행령 588조에 따라 한진중공업에서 기능 라이센스를 받은 인력은 5년간 (해외)이직이 금지돼 있다.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의 올해 생산성 목표를 한국 영도조선소의 30%로 잡고 있다. 2~3년 뒤에는 한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원칙대로 일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박규원 한진중공업 사장(겸 조선공업협회장)은 현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백지상태에서 조선도 모르고 기술도 모르고 용접도 모르는 필리핀 사람들을 제대로 가르쳐 우리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에서 앞으로 영도조선소의 두 배가 넘는 배를 만들게 된다. 영도조선소의 연간 강재처리량이 25만톤이라면 수빅조선소는 연간 60만톤에 이른다. 박 사장은 연간 100만톤까지 확대하고 싶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수빅조선소의 도크폭은 100m로 영도조선소(50m)의 두 배다. 따라서 영도조선소에서 짓지 못한 1만2800TEU 컨테이너선까지 건조할 수 있다. 이같은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필리핀에서 건조하지만 회사측은 기술유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사장은 "배 만드는 기술은 특별한 기술이 있을 수 없고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진 기술"이라며 "중요한 것은 생산관리 기술이고 더 중요한 것은 원천 설계기술인데 초기설계에서부터 상세설계까지 모두 영도조선소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앞으로 영도조선소에서 파견 나온 인력(현재 170여명)을 점차 줄여 나갈 계획이다. 조선소장, 관리본부장, 생산본부장, 설계책임자를 제외하고는 필리핀인이 중심이 되도록 하고 소유는 한진중공업이 하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 조선소를 만들었지만 수주량에서 시간이 갈수록 중국에 밀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을 빼고는 모두 10위권 밖이 될 것이라는 것.
따라서 순위도 중요하지만 어느 조선소가 제일 생산성이 높고 경쟁력이 있으며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 박 사장의 생각이다. 불과 8만평의 땅에서 연간 20척을 만들어내는 영도조선소의 생산성과 효율을 수빅에서 구축해 내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한진중공업의 배는 중고선박 시장에서 여타 조선업체들이 건조한 배보다 5% 가량(300~400만 달러) 더 비싸다"며 품질에서 앞서가는 배를 만들어서 한국조선업이 세계 1위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은 박 사장의 지시로 내년에 첫 배가 나올 때까지 수빅 조선소 관리자들에게 골프금지령을 내렸다. 대신 수빅조선소가 제대로 돌아가는 날 직원들 골프대회를 열기로 경영진으로부터 약속을 받아냈다. 박 사장도 그때까지는 80%의 시간을 수빅 현장에서 지낼 작정이다.
수빅(필리핀)=강기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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