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유림기자]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사그라들고 있다. 최근 발표된 고용과 소비 지표가 모두 호조를 보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기 낙관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 들어 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버냉키 미국경제 곧 반등한다
벤 버냉키 FRB 의장도 5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에서 열린 IMF 주최 화상회의에서 "(미국의) 근원 인플레이션은 다소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주택 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는 저점을 지나 반등할 것으로 본다"며 시장에 강한 낙관론 신호를 보냈다.
이날 발언은 경기를 낙관하는 버냉키 의장의 기존 시각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으며 FRB가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선물-채권 시장, 금리인상에 무게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수그러든 것은 선물과 채권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연방기금 금리선물 옵션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연말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현행 5.25%에서 5.5%로 인상할 가능성을 40%로 반영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인상 가능성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석 달 전에는 내년 1월까지 금리가 4.5%로 인하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미국 국채 금리(국채 수익률)도 연 5%대로 바짝 다가섰다. 지난 해 8월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동부시간 오후 3시30분 현재 10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0.052% 포인트 상승한 연 4.98%를 기록했다. 금리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034% 포인트 오른 연 5.00%를 기록했다.
◇ 고용-소비 지표 모두 호조
FRB는 올 들어 경기 후퇴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미국 경기는 견조하다'는 시각을 견지해왔다.
주택 시장이 여전히 우려를 자아내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지표를 볼 때 고용 시장은 견조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시장이 안정되면 소비 심리가 개선되기 때문에 낙관론은 더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연간 국내총생산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한다.
지난 주말 발표된 5월 비농업 고용자수는 15만7000명으로, 시장 예상치 13만2000명을 훌쩍 뛰어 넘었다. 5월 실업률은 4.5%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5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대비 0.3% 상승해 전달(0.2%)보다 개선됐다.
미국의 5월 비제조업 경기도 악화 예상을 뒤엎고 1년래 최고를 기록했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5월 ISM 비제조업지수가 59.7로 집계됐다고 5일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55.8과 전달의 56.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 건설 등의 비제조업 부문은 미국 경제의 90%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이코노미스트들은 서비스 분야의 강세가 주택 시장 침체를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월가 "연내 인하 가능성 없다"
골드만삭스는 5일 금리 전망을 수정했다. 이 기관은 "올해 안에 FRB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없으며 내년에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종전까지 오는 9월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었다.
웰스 파고의 스코트 앤더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 FOMC에서도 FRB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면서 "FRB는 현재 스탠스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해 유지하겠지만 인플레이션 지표가 조금이라도 불안정한 모습을 다시 보이면 금리 인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림기자 k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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