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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준식기자][저가 여객수요 흡수...안전 문제대책 필요]

대한항공이 4일 저가항공업 진출을 선언했다.

2~3년내에 전담 자회사를 만들어 심야관광이나 소형기를 필요로 하는 국내 및 국제 근거리 노선 서비스를 펼칠 계획이다. 항공자유화 협정이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전체로 확대되고, 여행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비한 포석이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명품항공사를 표방한 기업이 저가항공에까지 나선 이유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라며 "경기가 회복되면서 여객운송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시장이 세분화됐다"고 분석했다.

업무상 유럽이나 미주를 방문하는 고객과 부유층은 운임과 관계없이 장거리 여행시 편리한 고급 서비스를 요구한다. 반면 동남아 여행지를 향하는 가족 및 학생 여행객들은 탑승시간이 짧기 때문에 좀더 싼 항공서비스를 원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략은 기존 싱가포르항공과 아메리칸에어라인, 루프트한자 등이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저가수요를 보고 최저가격 경쟁을 벌이는 경쟁사들의 공세도 위협적이다. 중국 항공사들은 항공자유화 협정으로 하늘길이 열리자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조금씩 점령해 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말부터 중국 산둥반도를 오가는 중국항공사의 왕복항공권 가격은 20만원 이하까지 떨어졌다.

국내선 역시 지난해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이 취항해 경쟁체제가 구축됐다. 올해부터는 군산과 부산, 인천 등에 연고를 둔 저가항공사들도 순차적으로 운항을 시작한다. 여기에 오는 5일로 취항 1주년을 맞는 제주항공은 앞으로 3년내 최대 5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해 5~10대의 항공기를 늘리고 국제선 영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저가를 무기로 한 도전은 안팎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승렬 대한항공 차장은 "고급항공사를 선언한 대형항공사가 후발주자의 틈새공략을 일일이 막을 수는 없다"며 "시장대응을 하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는 경쟁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랜드를 차별화하면 저가시장 대응이 가능하고 이미 일반시장에서 항공업의 노하우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2개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자신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끼친 요인은 한-중-일 삼각셔틀 노선의 성사가능성이다. 그동안 업계를 중심으로만 논의되던 이 계획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원자바오 총리가 큰틀에 합의하면서 연내개시 가능성이 커졌다. 늘어나는 3국간 사업자 및 여행객 수요에 발맞춰 각국에 전담공항을 두고 하늘길을 개방한다는 내용이다.

최원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70년대 상황처럼 일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2만 달러 사이가 되면 인접국가를 중심으로 한 항공수요가 폭증하고 항공자유화 협정체결이 본격화된다"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한항공은 물론 아시아나항공 역시 저가항공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형항공사들의 전략을 견제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최근 항공업에 진출한 후발주자들은 대형항공사가 자본을 무기로 중소형 항공사의 시장을 뺏는다면 독점으로 인한 고객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상길 제주항공 사장은 "제3 민항사의 등장으로 과점체제가 붕괴돼 국내선 운임이 과도히 오르지 않고 기존 대형항공사들이 취항치 못하는 구간에 노선을 개설하는 등 소비자혜택이 늘었다"며 "견제와 균형을 위해 차별화된 저가항공사가 필요하지만 기존 대형항공사들은 과도한 견제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0년 경부고속철도가 완전개통되면 국내선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저가시장 진출은 중소항공사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안전문제에 관한 우려도 있다. 항공사가 주력업을 분산하면 안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한항공은 영업을 시작하면 우선 국내선 여력기를 전환해 저가항공에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경우 기존 대한항공의 안전성과 결항률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대형항공사는 충분한 여력기를 보유해 완벽한 정비가 가능한 여유있는 스케줄을 운영하는게 장점이지만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기존에 쌓은 이미지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항공안전본부가 진상조사에 나선 국내 항공사들의 항공 준사고 건수는 2000년 이후 총 55건. 이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일으킨 사고 건수는 총 50건으로 전체의 90.9%에 달했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총 55건 중 39건 차지해 안전성은 뒷걸음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태다.

건교부 관계자는 "저가항공사의 국내 운항경험이 최소 3년이상이 돼야 국제선 취항을 허가할 방침"이라며 "정기편 뿐만 아니라 부정기 전세편에도 모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자회사인 한국공항이 부정기편을 3년 이상 운항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제한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준식기자 win0479@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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