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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영권기자]사건은 1996년 말 이뤄진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발행과 배정. 피고인석에 선 이들은 허태학 박노빈 전 현직 에버랜드 대표이사들이다. 그러나 실상 재판의 대상은 국내 최대 그룹의 경영권 이전이었으며, 재판을 받은 이는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었다.

사건 발생 3년 반만에 고발이 이뤄지고, 고발된지 다시 3년 반만에 기소가 이뤄졌다. 사건 발생부터 사실심의 종료는 꼬박 10년 반의 기간이 걸렸다.

삼성그룹과 이 회장은 29일 항소심 재판부의 '유죄'판결로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그러나 재판부가 그룹 차원의 '큰 틀의 공모'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해 이번 판결이 이건희 회장 등에 대한 사법처리로 이어지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1심 판결 대부분 수용 = 1심 재판부는 전환사채(CB) 발행이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줄 의도였다고 판단, 허씨와 박씨의 배임죄를 인정했다.

적정한 가격에 CB를 발행했을 경우 이 전무 등이 에버랜드의 지배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주식 지분을 취득하는 데 부담해야 할 금액과, 실제로 납입한 CB 인수대금 96억여원의 차액만큼 이 전무 등이 이득을 취했고, 같은 금액만큼 회사는 손해를 봤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같은 1심 판단을 그대로 수용했다. ▲CB 발행을 결정한 1996년10월30일 이사회 결의는 정족수 미달로 무효이며 ▲이 전무 등에 대한 CB 배정은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주식을 몰아준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허태학 박노빈 전현직 사장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

다만 배임 가액 산정에 있어 1심 재판부는 "적정 전환 가격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 유죄 판단을 내렸지만 재판부는 적정 전환 가격은 1만4825원으로 판단해 특경가법의 배임죄를 적용했다.

회사에 끼친 손해액이 5억 이상이면 특경가법의 적용을 받으며, 50억원 이상일 경우 법정형이 높아진다. 재판부는 허씨와 박씨가 이재용 전무에게 89억4000만여원의 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회사에 같은 금액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큰 틀의 공모'는 판단 유보 = 항소심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된 것은 이건희 회장 등 기존 에버랜드 주주와의 공모, 이른바 '큰 틀의 공모'였다.

이 '큰 틀의 공모'에 대한 판단은 유무죄 판단 대상이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등 그룹 고위층과 에버랜드의 주주였던 삼성그룹 계열사로 확대하는 것을 뜻한다. 공범'으로 적시된다면 사법처리가 불가피해진다.

허씨와 박씨는 재판 시작부터 자신들의 배임행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이 '큰 틀의 공모'가 전제돼야만 한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배척했다.

반면 조희대 부장판사에 앞서 항소심 재판장을 맡았던 이상훈 부장판사는 재판 중에 "1심 판결에 논리 비약이 있었다. 이대로라면 무죄가 선고될 수밖에 없다"는 이례적인 발언을 해 '큰 틀의 공모'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분은 검사가 공소사실로 삼지도 않았다"며 "피고인이 임무를 위배해 손해를 끼친 이상 기존 주주와의 공모 여부와 상관 없이 배임죄는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큰 틀의 공모' 대한 판단을 유보함으로써 검찰 수사가 이 회장 등 윗선에 대한 사법처리로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검찰도 현재까지는 수사 확대에 미온적이다. 검찰은 1심 판결 이후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등 그룹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이재용, 홍라희씨 등에 대해 서면조사를 벌였으나 이 회장에 대한 조사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큰 틀의 공모'에 대해 정황 증거만 확보했을 뿐 직접적인 증거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검찰이 "주인이 바뀌는 중대한 일을 머슴(에버랜드 경영진)이 알아서 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밝힌 바 있어 수사 확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양영권기자 indepe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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