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원종태기자]신용거래 금액이 지난주 4조3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1일부터 미수거래 동결계좌 제도가 적용돼 미수거래 대신 신용거래가 빠르게 정착되는 분위기입니다. 앞으로 신용거래는 개인투자자의 새로운 투자패턴으로 자리잡을 전망입니다. 그런데 혹시 독자 여러분은 신용거래 이자율을 한번쯤 생각해 보신적 있나요.
최근 신용거래 전면 확대를 노리고 일부 증권사는 대출이자율을 슬그머니 올렸습니다. 대신증권은 최근 신용거래 대출이자율을 각 단계별로 0.5%씩 인상했습니다. 이전까지 상환 기간별로 6∼9%였던 이자율이 6.5∼9.5%로 높아졌습니다.
해당 증권사는 원래 낮게 책정했던 이자율을 소폭 인상한 것이라며 최근 콜금리가 상승세를 타다보니 불가피한 인상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연 6%였던 이자율까지 한꺼번에 0.5% 올린 대목이나 대출기간별로 이자율은 다르게 책정해놓고 인상폭을 똑같이 0.5%로 결정한 것은 뒷맛이 좋지 않습니다.
거래 수수료가 저렴해 인기가 높은 온라인 전문 증권사들도 신용거래 이자는 되레 업계 최고 수준이어서 눈길을 끕니다. 키움증권의 신용거래 대출이자율은 15일 이내 상환시 연 12%입니다. 15일 이내 단기상환의 경우 다른 대형 증권사 이자율의 배 가까이 이자부담을 더해야 합니다. 신용거래 금액이 크다면 만만치 않은 부담입니다.
신용거래 대출금을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전액 대출해오다보니 이자율이 비쌀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상환기간이 짧을수록 이자율이 더욱 비싼 독특한(?)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15일 이하는 연 9%지만 31∼60일 상환은 연 11%, 61일 이상은 연 12%를 받습니다. 신용거래가 초단타성 매매보다는 중장기 투자를 확산한다는 취지도 있는데 이자율은 거꾸로 가는 셈입니다.
해당 증권사는 "신용거래가 활성화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전 미수거래처럼 15일 이내 단기상환이 대부분이다"며 "오히려 단기상환 이자율을 낮추는게 투자자들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제각각의 이자율을 책정하는 것은 해당 증권사 이용 고객들이 신용거래 이자율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대출이자를 지금보다 2∼3%씩 올린다고 해도 신용거래 규모는 전혀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빚을 내서 투자하지 말라"는 증권가의 오랜 격언은 차치하고라도 만약 빚을 내서 투자해야 한다면 지금이라도 이자율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신용거래 4조원 시대에 걸맞는 투자자들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종태기자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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