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상배기자]
협정문 공개 이후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협정문을 놓고 제기된 주장 중에는 진실도 있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 또는 오해에서 비롯된 내용도 적지 않다.
한미FTA 협정문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 5가지를 정리한다.
◆ BMW 등 미국산 유럽차도 무관세 혜택을 업고 물밀듯 들어온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지난해 우리나라로 수입된 미국산 유럽차 가운데 대부분이 BMW 차량이었다. 그런데 BMW의 미국산 차는 미국 현지 부품 조달비율이 낮아 FTA 협정상 무관세 혜택을 받기 어렵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미국산 BMW의 현지 부품 조달비율은 40% 안팎"이라며 "이 정도 수준이면 원산지를 따지는 기준인 순원가법이나 공제법 등을 적용할 때 미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로 팔린 미국산 유럽차는 688대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 중 642대가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SUV)이었는데, SUV는 내년부터 자동차세가 2배로 뛰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 신약값이 오른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한미 양국은 FTA 협상에서 특허 의약품의 가치를 '적절히 인정한다'는데 합의했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선언적 문구에 불과하지만, 미국 제약사들이 우리나라 건강보험관리공단과의 약값 협상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근거로는 충분하다.
다만 약값이 미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껑충 뛰어오를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현실성이 낮다. 미국이 요구했던 신약의 '최저가격 보장'은 협정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약값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제성 평가와 건보공단의 협상을 거쳐 결정된다.
◆ 금융기관 임원에 대한 국적 제한을 미국은 할 수 있고, 우리나라는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불평등 협정 아닌가?
그렇게 된 이유는 현행 법에 있다.
우리나라 법에는 금융기관 임원의 국적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반면 미국은 주법에 금융기관 임원의 국적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미국은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이 규정을 유보받았고, 한미FTA 협상에서도 WTO에서 유보된 사항을 유지키로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법상 금융기관 임원의 국적 제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 사안에서는 얻을게 없었다. 때문에 정부는 한미FTA 협상에서 이 사안을 금융분야 협상에서의 지렛대로 활용했다.
다만 우리나라에도 금융기관 최고경영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규정은 있으며, 한미FTA에서도 이 규정은 인정받았다.
◆ 자동차 세제 개편을 원천차단함으로써 조세주권을 포기한 것 아닌가?
사실이 아니다.
자동차 세제 가운데 배기량에 따라 세부담의 차별을 키우는 방향이 아닌 한 앞으로도 자동차 세제 개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컨대 가격이나 배출가스, 연비 등을 기준으로 하는 자동차 세제의 개편은 허용된다.
정부는 이미 자동차 세제를 배기량 대신 가격, 배출가스, 연비 등을 기준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부동산 정책들이 대거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에 휘말릴 수 있다?
가능성이 낮다.
한미FTA 협정문 부속서에 따르면 보건, 안전, 환경 또는 부동산 정책이라도 극히 심하거나 불균형적인 '드문 상황'(except in rare circumstances)에 대해서는 ISD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드문 상황'의 개념은 "목적이나 효과에 비춰 조치가 극히 심하거나 불균형적일 경우"로 한정돼 있다. 정부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극도로 지나친 조치를 취할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예컨대 오염저감 장치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환경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데도 환경오염시설 자체를 폐쇄하도록 명령하는 등의 조치가 이에 속한다. 현행 부동산 정책은 이 정도 수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상배기자 p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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