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 상장 방안이 확정됨에 따라 삼성그룹이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삼성생명을 상장하면 삼성으로서는 해묵은 옛 삼성자동차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열리는 반면 계열사 순환출자선상에서 중요한 고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이 원치않는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요건이 갖춰져 그룹 지배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생명 상장을 삼성자동차 부채 해결, 삼성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과 함께 검토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에 직면한 셈이다.
생보사 상장은 상장차익의 배분 문제로 그 자체로도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삼성자동차 부채, 삼성 지배구조 논란을 재점화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27일 삼성 관계자 및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날 예상대로 생보사 상장방안을 승인할 경우 삼성생명의 상장이 머지않은 장래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주식시장이 좋을 때 가급적 빠른 시일내 상장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며, 관련업계는 삼성생명 상장이 다른 생보사의 상장 결과에 따라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추진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 옛 삼성자동차 부채 해결의 실마리 =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서울보증보험 등 옛 삼성자동차 채권단과 삼성 사이에 진행중인 4조7천억원대의 소송이 합의를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환위기 당시 삼성차 법정관리 착수후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채권단이 긴급 수혈한 2조4천500억원의 대가로 이건희 삼성 회장으로부터 받은 삼성생명주식 350만주의 현금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채권단이 연체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2조2천880억원이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 주목거리다.
삼성은 "이 회장의 삼성생명주식 사재출연은 법적 책임이 없이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만큼 원금과 이자를 따질 문제는 아닌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자동차 부채 원금 부분이 해결되면 이자 문제는 양측의 합의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사업은 삼성이 진출했다가 실패한 거의 유일한 사업인데다 부채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돼온 만큼 삼성으로서는 가급적 빨리 매듭지어지길 바라고 있다.
◇ 삼성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되나 =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 288만주, 13.3%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보유중인 삼성생명 주식의 가치가 총자산의 50%를 넘게 돼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하게 된다.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자체의 비금융 사업을 정리해야 하며 자회사가 되는 삼성생명 역시 비금융 부문 계열사를 지배할 수 없게 된다.
삼성에버랜드가 레저, 유통, 자산관리 등 고유의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 주식 7.26%도 대폭 줄여야 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에 대한 최다출자 계열사이며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최다출자 계열사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형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전망 = 삼성은 "삼성생명 상장이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통한 자동차부채 해결이나 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요건 해당 등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삼성생명 상장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만큼 여러 방식으로 상장 방안을 검토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우선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해소하도록 하는 방법을 꼽을 수 있다.
이중 하나가 자산재평가 등으로 삼성에버랜드의 자산 규모를 증가시키거나 삼성생명의 주식 일부를 처분해 에버랜드 자산 중에서 차지하는 삼성생명의 주식 비중을 낮추는 것이다.
이 경우 삼성생명의 주가가 워낙 높아 그 비중을 떨어뜨리는 것이 쉽지 않고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하거나 계열사 등으로 분산시키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지주회사법의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 자체를 보완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금융 자회사 지배를 목적으로 설립되지 않았고 계열사 주식 보유 중 상장이라는 요인에 의해 우발적으로 금융지주회사 규제에 걸리게 되는 것인 만큼 이를 고려한 제도적 보완이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비자발적으로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걸리면 이를 해소하거나 금융지주회사로 승인을 받는데 1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며 더 이상의 규제완화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삼성이 삼성생명 상장, 자동차부채문제 해소, 삼성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회피 등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수'를 어떻게 찾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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