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2일 의원총회에서 향후 당 진로와 관련해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정기국회 후 공식 논의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화답하듯 고건 전 총리 역시 2일 정기국회가 마무리된 이후 신당창당을 본격화 하기로 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내에서 고 전 총리와의 연대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이른바 '통합신당파' 측에서는 고 전 총리와의 연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고, '재창당 친노그룹' 역시 고 전 총리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같은 '재창당 친노그룹'으로 분류되는 신기남 전 의장은 고 전 총리와의 연대에 부정적이다. 이는 곧 정계개편을 둘러싼 당내의 각 정파 간의 주도권 싸움에 '고건'이라는 매개변수가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현재 시점에서 고 전 총리를 둘러싼 열린우리당 내의 쟁점은 두 가지다. 즉, 향후 여당의 정계개편 논의 과정에서 고 전 총리와 연대할 것이냐의 문제와 '고건신당'이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가질 것인가의 문제가 그것이다.

 친노그룹 "고 전 총리와 연대 가능성 열어두고 있다"

 그 동안 고 전 총리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던 친노그룹의 입장은 의원총회를 분기점으로 '긍정'의 입장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당내의 대표적인 친노그룹인 의정연구센터(의정연) 간사인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고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과 함께 가지 않고 딴 살림을 차린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고 전 총리의 신당 창당이 열린우리당 내 정계개편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의원들이 당 대 당 통합을 위한 기구를 만들자고 주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열린우리당과 고건 전 총리의 신당이 연대 가능성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또 "앞으로 전당대회를 치르고,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민주당이나 고 전 총리 주도 신당과의 연대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재창당파' 역시 고 전 총리 등 외부 세력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안영근, "고건신당에 현역 의원 백명 이상 합류할 것"

 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던 친노그룹마저 고 전 총리와의 연대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자, 그간 열린우리당 내에서 고 전 총리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던 안영근 의원은 '고건신당'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 의원은 3일 오전 'CBS 뉴스레이더'에 출연해 "'고건신당'은 민주당의 '제3지대론'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고건신당'의 성격에 대해 "각 당의 당 대 당, 일대 일대 일대 식의 통합이 아니라 중도실용주의 개혁노선에 동참하는 정치인들이 다함께 새롭게 모여서 신당을 추진한 것"이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안 의원은 또 "정계개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의 힘으로는 계속 선거를 치루기 어렵다는 반증"이라며 "국회의원 수는 넘쳐나는데 국민의 지지도가 매우 낮고 차기 대선이나 총선에 대한 전망이 아주 없는 이런 상황"이라고 현재의 열린우리당을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이런 상태에서의 신당이라든가 정계개편은 새로운 틀을 가지로 새로운 사람이 주도를 하면서 만들어나가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이지 기계적 결합으로는 오히려 원성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건신당의 의미는) 열린우리당의 틀을 깨고 신당에 참여하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신당의 인적 파괴력에 대해 "단순히 교섭단체 수준으로 보진 않는다"며 "한 25명이 왔다고 한다면 실패라고 본다. 거의 백 여명 정도 이상이 함께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천정배, 신기남 "고 전 총리도 자성 필요, 우리당과는 맞지 않아"

 반면 최근 '신당창당 추진'을 선언한 천정배 의원은 고 전 총리와의 연대에 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천 의원은 3일 광주 무등파크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고 전 총리가 전날의 신당창당 선언에서 '노무현 대통령 배제'를 주장한 것과 관련해, "대단히 유감스럽고 실망스럽다"며 "고 전 총리는 참여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만큼 국정운영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으며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신당창당과 관련해 "정책과 비전, 노선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이 크게 뭉쳐야 한다"며 "노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를 배제하고 추진하는 것은 대통합 정신에 어긋나고 또 다른 분열을 일으킨다"고 그간의 발언을 되풀이 했다.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 역시 고 전 총리와의 연대에 대해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신 의원은 3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고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의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고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 정체성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라며 "고 전 총리가 말하는 '통합'은 보수와 진보 모두 다 좋다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이념은 진보와 개혁이기 때문에 우리와 (고 전 총리는) 방향이 다르다"며 "고 전 총리가 말하는 것이 민주당 중심의 정계개편이 아닌가 예측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건신당'의 잠재적 영항력에 대해 "우리는 3년 전 정치개혁의 이상을 걸고 모험을 하면서 국회에 들어왔기 때문에 쉽사리 휩쓸려 가지 않을 것"이라며 "쉽게 '고건신당'으로 가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천정배 신기남 의원의 이러한 부정적인 견해는 자신들 역시 내년 대선의 잠재적 주자군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 전 총리 측과 연대할 경우, 향후 정계개편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상황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건신당'에 여당 의원들이 얼마나 합류할 것인가와 관련, 한 초선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그쪽(고 전 총리 측)은 자금도 없고, 사람도 없다"며 '고건신당'에 참여할 현역의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100명 이상 참여를 예측하는 안영근 의원 등과의 의견과 엇갈려, 여당 내 고건신당과의 연대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