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익태기자][아쉬움 남는 '낮은 수준' 타결..'개방통한 경쟁력 강화' 실패]
정부가 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의 명칭은 '지원대책'이 아니라 '보완대책'이었다. 이는 한·미 FTA가 주는 기회와 위기를 포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 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업종은 적극 지원하되 반대로 미국시장을 공략할 기회는 최대한 활용한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번에 타결된 한·미 FTA 협상의 수위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를테면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 및 비자쿼터 확보 추진' 대목은 FTA 외에 또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 협상단은 "당초 계획보다 서비스시장의 개방폭과 범위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와 공공성 침해 소지가 있는 분야에 대해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방폭과 속도를 조절했다는 것. "FTA와 '관계없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는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당초 이번 협상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시장 개방을 통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였다. 정부는 협상 초기 FTA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민생활과 밀접한 교육·의료 등 전문직시장 개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고부가가치산업인 지식서비스산업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성장동력 및 고용창출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서비스업은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낙후됐다. 정부가 선택한 카드는 '외부 쇼크'였다. 당장은 큰 타격을 입겠지만 세계 최고라는 미국과 경쟁하다 보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기대에 못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미 FTA가 '대단한 거래'(빅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공공서비스, 화물택배 등 88개 분야가 개방대상에서 제외됐다. 법률과 회계서비스 역시 이미 3단계, 2단계에 걸쳐 개방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 방송 등 문화산업 분야도 크게 열리지 않았다.
특히 교육과 의료시장은 전혀 개방되지 않았다. 한국의 지난해 교육수지 적자는 약 34억달러, 의료수지 적자는 4억달러. 해외연수·유학과 원정치료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두 시장이 개방되면 관련업계는 험난한 경쟁에 직면하지만 국민들은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미국 역시 교육에 관심이 없었던 탓에 쉽게 의견접근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의사·변호사·약사·건축사 등 전문직 비자쿼터도 이번 협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당초 해당 전문직분야의 자격 상호 인정 체계를 도입, 시스템의 선진화를 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대해 미국이 "비자문제는 의회 권한"이라며 거부했고, 결국 FTA에서 빠졌다. 대신 '전문직서비스작업반'이 나왔다. 여기서 엔지니어링·건축설계·수의사 등 양국이 합의한 3개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직 자격 상호 인정 논의를 추진키로 합의한 것.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지만 전문직 종사자들의 대미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정부의 자평이다.
하지만 미국은 멕시코 싱가포르 칠레 등 다른 FTA 협정에서는 대부분 전문직 비자쿼터를 인정했다. 정부의 한·미 FTA '보완대책'은 이래저래 협상의 아쉬움을 곱씹게 한다.
김익태기자 ep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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