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재범기자]["통과 낙관 못해"..차기로 넘길 가능성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돼야 효력이 발생한다. '협상 전권'은 행정부가 행사했지만 최종 승인은 국회의 몫인 셈이다. 통상 외국과의 조약이나 협정 등은 국회가 비준해주는 게 관례.
그러나 한미 FTA처럼 민감한 문제는 통과 여부를 낙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심상찮다. '졸속' 등 협상 내용과 진행상황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다.
현재 재적의원은 296명. 이중 원내 1당인 한나라당(127명)과 2당인 열린우리당(108명) 소속이 235명. 과반을 훌쩍 넘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이미 민주당(11명), 민주노동당(9명), 국민중심당(5명) 등 군소 3개 야당은 반대 입장을 내걸고 있는 상태. 무소속 13명중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민생정치개혁모임 소속 의원 8명도 확고한 반대파다.
통합신당모임이나 열린우리당 등 범여권쪽 역시 내부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원칙적 찬성 입장을 정한 한나라당도 무조건 '찬성'만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
특히 80여명에 달하는 농촌 출신 의원들이 변수다. 범여권의 이념적 반대파와 농촌 의원들이 결합할 경우 국회 비준 반대 기류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WTO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 당시 비준동의안은 223명이 표결해 참여해 찬성 139, 반대 61, 기권 23표로 가결됐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는 '낙관'을 심어줄 만 하지만 속은 정반대다.
한나라당 표결 참석의원 99명 중에 무려 69명이 반대 내지 기권 표결을 했다. 여당이었던 우리당이 참석의원 118명 중 107명이 찬성표를 던진 게 주효했던 셈.
그러나 이번 한미FTA의 경우 범여권에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어 한나라당 내 농촌출신 의원들이 또한번 반대표를 던지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특히 올해 연말 대통령 선거에 이어 내년초 총선거까지 예정돼 있어 의원들이 '소신'에 따른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따라 비준 동의안이 '차기'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한칠레 FTA의 경우 2002년 10월25일 협상을 타결한 후 2003년 2월15일 정식 서명을 했지만 비준안이 통과된 것은 이듬해 2월이었다. 김대중 정부때 타결한 협상을 노무현 정부때 승인해준 것.
다만 한미FTA의 경우 자칫 차기 정부가 아닌 차기 국회로 넘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건 처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일단 피해 분야 지원 등 후속 대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또 민주노동당이 제기해 놓고 있는 국정조사나 청문회 등을 통해 FTA를 둘러싼 정치 공세가 연말까지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진정한 한미 FTA 협상은 지금부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박재범기자 swa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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