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재범기자]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마감 시한을 몇시간 앞둔 지난 3월30일 밤. 자정 또는 새벽에 '타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측됐던 만큼 기자들도 '비상 대기'에 돌입했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물론 귀가한 이들도 TV나 컴퓨터 앞에서 긴장을 풀지 않았다. 한주를 정리하고 주말을 맞이하는 금요일 밤이 깊어질 즈음,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는 신호였다.
내용은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 '한미 FTA 협상 타결 관련 논평 발표". 당시 시간은 밤 10시28분. 보고있던 TV에서는 '속보'도 나오지 않았는데 무슨 일일까. 화들짝 놀라 컴퓨터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메일 수신함에도, 민주당 홈페이지에도 논평 내용은 없었다. 현장에 있던 기자도 '타결'은커녕 '난항'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10여분 남짓이 지난뒤 또한번 핸드폰이 울렸다. 이번에는 민주노동당에서 보낸 메시지였다. "한미FTA 타결시, 미타결시 브리핑 내용 미리 이메일 발송".
메일함을 열어보니 민노당 내용은 물론 뒤이어 민주당에서 보낸 편지도 함께 있다. 민주당 논평은 들어오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 모양.
민주당은 협상 타결에 유감을 표명하고 비준거부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담아냈다.
민노당은 타결을 전제로 한 브리핑에서는 "이번 협상을 무효로 선언한다"는 내용을, 결렬을 전제로 한 논평에서는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모든 분들의 의지가 모인 결과"라고 자찬했다.
그러나 이들의 예언(?)과는 달리 이날밤 나온 결과는 '협상 연장'이었다. 순간 쓴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미FTA 반대는 그렇다치더라도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입장을 표명하는 게 공당(公黨)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일까.
'확고한 신념'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칫 '도그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온 몸에 '섬뜩함'이 밀려왔다.
박재범기자 swa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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