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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익태기자]3월 31일 새벽 7시 30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장 브리핑룸에 김종훈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가 나타났다. 밤샘 협상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협상 48시간 연장"

순간 브리핑룸이 술렁거렸다. 일부 언론은 이날 신문에 '타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던 상황이었다. 오보였다. 이른 아침 각기 다른 신문을 통해 제각각의 협상 소식을 전해들은 국민들은 어리둥절했다. 협상의 운명을 좌우할 48시간은 그렇게 혼란스럽게 시작됐다.

31일 오전 협상장인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1층은 한산했다. 취재진도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48시간 연장이라는 '변칙'까지 써가며 진행된 협상에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반면 협상 시한에 쫓겨 긴박했던 전날과 달리 협상단은 다소 여유가 생긴 모습이었다. 오전에 잠시 휴식도 취했다. 표정도 밝아 보였다. "협상은 타결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민동석 농림부 차관보) "미국측이 상당히 진전된 양허안을 새로 내놨다"(이재훈 산자부 제2차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전달됐다.

오후 2시30분 체력을 보충한 양측 협상단이 모습을 드러냈고, 협상은 저녁까지 진행됐다. 섬유 협상에서 "논의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 전해졌다. 이와 달리 농업 분과는 벼랑끝 실리 챙기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남은 품목(핵심 품목)에서 우리가 꼭 지켜야할 것들을 미국에 얘기했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 우리측이 미국에 마지막 '마지노선'을 통보하고 수용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었다. 벼랑끝 전술이었다.

저녁 8시40분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가 모습을 드러내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좀 더 다가서려는 취재진과 경호경찰간 욕설과 멱살을 잡을 정도로 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벌써 두번째다. 모두들 신경이 곤두섰다. 협상장을 떠난 두 사람은 2시간 가량이 흐른 뒤 되돌아왔다. 청와대에 이날 협상 결과를 보고하러 다녀온 것으로 보였다. 사실상 이날 협상은 두명이 협상장을 떠날 때 마무리됐다. 우리 협상단은 대부분 협상장인 호텔에 투숙하며 각 분과별 입장정리에 들어갔다.

섬유 협상을 이끌고 있는 이재훈 산자부 차관이 12시쯤 귀가했다. 이날 오전 밝았던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할일이 태산같다. 마지막까지 해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회수출 방지에 대한 집중 논의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표정이었다.

허용석 재경부 세제실장이 이를 뒷받침했다. 이날 저녁 11시30분쯤 호텔에 모습을 드러낸 허 실장은 2시간 넘게 우리측 섬유 분과 협상단과 회의를 가졌다. "섬유 때문에 왔는데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남기고 허 실장은 1일 새벽 2시쯤 귀가했다. 취재진도 다음날 있을 총성없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일제히 철수했다. 운명의 이틀 중 하루가 그렇게 흘러갔다.

1일 새벽 6시. 취재진이 하나둘 나타났다. 본게임이 벌어지는 날인 만큼 인원도 많이 보강됐다. 8시 쯤 협상장 1층 로비가 취재진과 경호경찰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9시 30분부터 섬유와 농업 등 각 분과별로 고위급협상이 재개됐다.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이 나타났다. 전날 "타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던 자신있는 그 표정이 아니었다. 쇠고기·오렌지 등 초민감 품목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커 타결을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오후 4시 호텔 앞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한미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 도중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소속 택시기사 허모씨(56)가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시위자와 전경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협상장 내부 분위기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시한은 다가오는데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농업, 자동차 섬유, 금융 등 핵심 분야의 협상이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협상단이 막판 강도 높게 밀어부치고 있어 미국측이 당황해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당초 목표 협상 시한인 2일 새벽 1시를 넘길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피말리는 싸움이다. 협상 목표 시한은 내일 새벽 1시. 실제 종료시한은 부시 미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 타결 의사를 전달하는 새벽 6시다. 이제 11시간 가량 남았다.
김익태기자 epping@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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